프랑스 시민들 또다시 거리로… 이번엔 '연금개혁'

장-밥티스트 데브리 프랑스 교통부 부장관이 4일(현지시간) 프랑스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파리 몽파르나스 역을 찾아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사진=AFP

프랑스에서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다. 각계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선언하고 경찰과 병원, 공항 직원 등이 대규모 참여를 예고해 올해 가장 큰 시위가 될 전망이다.

5일(현지시간) BBC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각계 노조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시도 중인 연금개혁을 중단할 때까지 파업을 벌인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버스와 기차, 항공 관제센터 등 대중교통이 운행을 멈추면서 통근 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 메트로 RATP 측은 “파리 지하철 16개 노선 중 5개만 운행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SNCF 철도도 “시외 및 고속 TGV 열차를 기존 운행량의 10%로 줄인다”고 했다. 에어프랑스도 항공편 30%를 취소했다.

지난 9월에도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을 때 지하철 파업으로 인해 파리 시민들은 자전거와 스쿠터로 통근했다.

파업은 마크롱 정부가 25년 만에 연금개편을 시도하면서 일어났다. 마크롱 대통령은 향후 190억 달러(22조6000억 원) 적자가 예상되는 복잡한 현 연금체제를 공평하고 보편적인 ‘포인트제’로 운영하는 개혁안을 내놨다. 즉 근로 연수만큼 포인트가 쌓이고, 포인트는 나중에 연금으로 전환된다.


시민들은 “더 일하고도 연금은 더 적게 받게 된다”며 정부 연금개편안에 반대한다. 현재 프랑스 공식 은퇴연령은 62세고, 연금 수령나이는 65세다. 그런데 정부안으로 연금체제가 개편되면 62세 이후에도 계속 일을 해 '연금 포인트'를 쌓아야 하고, 일을 하지 않을 시 기존 체제에서 받을 수 있던 연금을 100% 보장받을 수 없다. BBC에 따르면 공식 퇴직 이후에도 64세까지 일하는 사람은 63세까지 일한 사람보다 연금을 5% 더 받게 된다. 시민들이 "연금이 줄어든다"고 반발하는 이유다.

3월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유류세 인상에 반대해 일어난 '노란조끼' 시위 현장/사진=AFP

프랑스 정부는 연금개편안을 계속 홍보 중이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NYT에 “국민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은 게 연금개혁이다”고 토로했다. 25년 전인 1995년 당시 자크 시라크 정부가 비슷한 연금개혁에 나섰다가 반발에 부닥쳐 레임덕에 빠졌다. 이후 후임 정부들은 연금 문제를 건드리지 못했다.

하지만 개혁을 표방하며 집권한 마크롱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연금개혁 이슈를 꺼냈다. 프랑스의 현 연금체제는 직종별로 42종으로 나뉘어 복잡하고 민간근로자와 공공근로자 간 차이가 커 개혁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BBC에 따르면 프랑스인 75%는 “연금체제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지만 그중 25%만이 “정부안을 지지"했다. 즉, 프랑스 노동자들도 연금개혁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현 정부안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해 반대하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대규모 시위 예고에 “연금개혁에 대한 전국 파업이 1995년 때처럼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크리스토퍼 카스타네르 내무부 장관은 “전국에 250개 시위가 열릴 것으로 보이며 일부는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파업과 시위는 지난해 11월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반대해 5개월 넘게 이어졌던 ‘노란조끼’ 시위에 이어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율은 70%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18~34세 청년들이 이번 시위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