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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BTS를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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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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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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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연말 인사에서 10여년 정든 직장을 뒤로 하게 된 지인과 저녁을 함께 했다. 2년 전 우수사원 표창을 받았던 그는 희망퇴직 목록에 오르자 사표를 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어떤 기업이 신규직원을 100명 채용한다는 것은 100명 이상의 기존 직원을 내보낸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성과와 수고에 대한 보상, 축하 화환에 가린 연말 인사철의 이면이다.

그에게 축하를 건넸던 2016년 말 승진 기념자리가 생생하다.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 토마스 프리드먼에서 유래된 그날의 건배사는 '우리 모두 대불자(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되자)'였다. 세계화 물결 앞에 평범해선 안 된다. 모두가 그럴 수 있다고 믿었다. 적어도 그렇게 되길 바랐다.

대체할 사람이 있으니 떠나야 한다는 논리 앞에 고개 숙이지 않을 이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한때를 주름잡던 '탤런트'들의 퇴장을 보면서 새삼 깨닫는 것은 대체불가능이라는 신화의 허상이다.

우리동네 노래신동, 우리학교 댄스왕이던 이들이 유튜브의 등장으로 이젠 BTS를 뛰어넘어야 한다. 그런 불가능한 수준의 경쟁력이 모두에게 열패감으로 다가오는 시대에 우리는 더 이상 위로받을 곳을 찾기 어렵다.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편 '거울나라의 앨리스'의 붉은 여왕은 제 몸을 갈아 숨가쁜 일상을 달려도 제자리 지키기가 버거운 이 세상 모든 앨리스들에 대해 이런 '애사'를 남겼다.

그러니 한참 늦었지만 이 자리를 빌려 그를 떠나보내던 자리에서 못한 한마디를 대신하고 싶다. 당신의 삶은 여전히 수고롭고 그 덕에 모두가 따뜻하다고. 그리고 그런 삶이야말로 대체불가능하다고. 그도, 나도 앞으로도 쭉 '나'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자수첩]BTS를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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