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가득한 트럼프 "변기물 15번씩 내려"

지난 6월 영국 런던 트라팔가광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트럼프 대통령이 변기에 앉아 있는 인형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AFP

환경규제 완화를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변기 물 논란'에 불을 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장실 시설에서 쓰이는 물의 양까지 제한하는 규제로 변기나 세면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표한 것. 이에 일각에서 화장실 물 사용량이 늘면 물 부족 사태를 심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인, 변기 물 15번 내린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소상공인 행사에서 "사람들이 변기 물을 한 번이 아닌 10번, 15번씩 내리고 있다"며 "수도꼭지에서 물이 너무 적게 나와 손도 제대로 씻을 수 없고, 손 씻는 시간만 길어진다. 결국, 물을 더 쓰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필요한 화장실 규제를 검토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연방정부 차원에서 이미 물 사용량 규제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변기의 물 사용량을 규제하기 시작한 건 1992년부터다. 당시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에너지정책법(Energy Policy Act)을 제정해 화장실 시설이 일정량 이상 물을 쓰지 못하도록 했다. 1994년부터는 미국 내 모든 가정에서 변기를 한번 내릴 때 쓰이는 물의 양을 1.6갤런(약 6ℓ) 미만으로 제한했다.

2006년에는 미 환경보호청(EPA)이 화장실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워터 센스' 인증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변기 물 사용량 기준을 한번에 1.28갤런 미만으로 낮췄다. EPA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에너지정책법 기준보다 20%나 강화된 규제를 만족해야 한다.

미 온라인매체 복스는 "화장실에서 사용되는 물은 미국 일반가정 전체 물 소비량의 30%를 차지한다"면서 "에너지정책법이나 워터 센스 인증 모두 물 낭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워터 센스 인증을 받은 가정에서는 매일 17갤런의 물을 아낄 수 있다. 매년 수도세 380달러(약 45만원)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트럼프, 취임 후 줄곧 규제 완화 추진

지난 5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할 때 중국에서 인기를 끌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닮은 화장실 청소 도구.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강수량에 따라 주마다 다른 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강수량이 많아 수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서는 물 사용 규제를 풀자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 내 50개 가운데 40개주가 앞으로 10년 안에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 사용량 규제를 풀 때가 아니라 더욱 강화할 필요성이 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부터 줄곧 규제 완화를 옹호해왔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제정된 환경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종종 자신을 환경보호론자로 꾸미지만, 비평가들은 그가 기후변화와 자원보존, 대기와 수질 오염 방지를 위한 규제를 약화시킨다고 비판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의 제안에 따라 연방정부가 물 사용량 규제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 부분도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규제를 다시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해 의회를 통과한 워터 센스 인증 프로그램 재검토 법안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법안은 2012년 이전에 제정된 모든 워터 센스 규제에 관해 재검토하도록 의무화한다.

복스는 "세계적인 온도 상승과 더불어 수자원 보존 문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이 미국인의 변기 사용 문제를 보기보다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