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에, 고발 으름장…기재부 연말 징크스

나라재정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말 이른바 '신재민 파동'에 이어 올해 연말 다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고위공무원단 일부에 대해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예산실 실국장 이하 과장급에 대한 고발 위협도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연말 고위급 연쇄 이동이 시작되면서 리더십은 공백 상태다. 차관보급인 이승철 전 재정관리관이 지난달 한국자금중개 사장으로 내정돼 퇴직했고, 김병규 전 세제실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한데 이어 최근 문성유 기획조정실장도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사장으로 내정 전망이 나온다.


3명의 차관보급 가운데 김회정 국제경제관리관도 외부 기관장급 내정설이 돌면서 장·차관과 실·국장을 이을 허리가 끊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8월 치열한 인선을 거쳐 두 달 간 공석이던 자리에 취임한 김용범 1차관은 부임 석 달 만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한 조사다.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에서 재직한 기간 동안 김 차관이 상관인 금융위 부원장을 역임한 탓이다. 검찰은 김 차관뿐 아니라 최종구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까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김용범 차관 조사는 참고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고, 검찰이 유재수씨를 비호했다고 의심하는 그 윗선 (청와대) 인사들을 향하려는 기초 조사가 아니겠느냐"며 "김 차관은 사안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차관은 이와 관련한 공식 언급을 자제하면서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실물경제·금융시장 전반을 점검했다.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홍남기 부총리와 구윤철 2차관에 대한 내년 총선 차출설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홍 부총리는 연고가 있는 강원 춘천에서, 구 차관은 대구 동구갑에서 여권의 출마 종용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모두 관료로서 공직에 복무하기를 원하지만 집권 후반기 경제살리기에 매진하려는 당·청 요구가 거세어지면 심경변화가 보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선 지난 8일 야당이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는 기획재정부 공무원을 고발하겠다는 으름장을 내놓았다.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을 맡은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재부 예산실장은 물론이고 국장 및) 담당 과장까지 하나하나 건건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정치관여죄로 고발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경고했다.

자유한국당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4+1 회동을 막으려 실무공무원을 사실상 겁박한 것이다. 예산안 통과를 "세금 도둑질"이라고 과장한 건 정치적 수사에 가깝지만 과장급에까지 고발 위협을 가한 것은 과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문제가 될 경우 조직의 장인 장관이 책임지고 대응할 사안"이라며 "예산실 직원들은 추호의 동요나 위축이 없이 예산안 국회 심의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다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