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탈출 도와라"…톈안먼 '참새작전' 홍콩서 재현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홍콩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1989년 톈안먼 사태가 터지자 민주화 인사의 본토 탈출을 도운 쓰투화 선생의 생전 모습. /사진=AFP

홍콩의 반정부 시위대 일부가 대만으로 피신했다. 집요하게 좁혀오는 중국과 홍콩 정부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서다. 민주화를 지지하는 변호사와 목사 비밀통로를 통해 시위대의 홍콩 탈출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 당시 민주화 인사들을 국외로 피신시킨 '참새작전'이 30년 만에 재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체포·고문 우려에 탈출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지난 6월 홍콩에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200여명이 홍콩을 떠나 대만으로 피신했다"며 홍콩 경찰에 체포되면 고문이나 성폭행 등을 당하거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두려움이 홍콩을 탈출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체포된 시위대를 변호해 온 한 변호사는 NYT에 "홍콩 정부는 벽돌을 던지는 행위로도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면서 "시민들은 홍콩의 사법 제도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했다.

홍콩을 떠나는 시위대는 대부분 20대 젊은이로, 피신 과정에서 시민단체 등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부유층의 기부와 시민의 모금으로 마련된 자원으로 시위대가 비행기 표를 사거나, 한 명당 1만달러(약 1190만원) 정도인 밀항선을 이용하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대만으로 건너간 뒤에는 현지 종교단체 등이 숙소, 음식 등 시위대 지원을 돕는다.

30년전 '중국→홍콩', 이번엔 '홍콩→대만' 탈출

홍콩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1989년 톈안먼 사태가 터지자 민주화 인사의 본토 탈출을 도운 쓰투화 선생의 생전 모습. /사진=AFP

대만에서 중국 정부의 박해를 피해 탈출하는 반체제 인사를 지원하고 있는 한 목사는 이번 일에 대해 "마치 '참새작전' 같다"고 말했다. 참새작전이란 톈안먼 민주화 운동이 시작된 1989년 6월 하순부터 1997년까지 진행된 것으로, 당시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로부터 지명수배를 받던 인사들을 비밀리에 빼내 미국과 유럽 등으로 보낸 일을 말한다.

참새작전을 처음으로 시작한 인물이 홍콩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쓰투화(司徒華)다. 교사 출신인 쓰투화는 중국 정부가 톈안먼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자, 홍콩시민지원 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聯會·지련회)를 설립해 민주화 인사의 본토 탈출을 도왔다. 이후에도 매년 6월 홍콩에서 톈안먼 사태 희생자를 기리는 촛불집회를 열고, 중국 정부에 사과를 요구해왔다. 그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으로부터 홍콩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인에 뽑히기도 했으나, 2011년 1월 폐암 투병 끝에 79세 일기로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