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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안 팔아도 돈 잘 번다” - 오프라인 매장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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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재의 기자
  • 배소진 기자
  • 2019.1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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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즈 BTS(Biz & Tech Story)]
토이저러스 등 물건 대신 데이터와 경험 팔아 돈 버는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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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라는 거대 공룡의 등장으로 갈 곳을 잃은 오프라인 매장. 잘 알려진 매장이 문 닫는다는 소식이 이제 새롭지도 않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온라인 비중을 늘리고 오프라인 비중은 줄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오프라인 매장의 전통적 개념을 뒤집은 매장들이 생겨나고 있다. 물건 팔아 돈 버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이다. 매장을 찾는 손님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해 입점한 브랜드에 팔아 돈을 버는 매장, 물건을 파는 대신 손님들이 물건들을 이용해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입장료를 받는 매장이 생겨나고 있다.

베타 매장에는 시연해 볼 수 있는 물건과 그 물건의 가격비교, 상세설명을 볼 수 있는 아이패드가 놓여져있다./사진=베타
베타 매장에는 시연해 볼 수 있는 물건과 그 물건의 가격비교, 상세설명을 볼 수 있는 아이패드가 놓여져있다./사진=베타



물건 대신 데이터 파는 전자기기 매장 베타(B8ta)


'베타' 매장은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전자기기 매장 같다. 길쭉한 탁자 위에 최신 기기들이 쭉 진열돼 있다. 그런데 이 매장에서는 손님이 들어와도 사라고 권하는 직원도 없다. 실컷 만져보다 나가면 그만이다. 심지어 이 회사 사장은 “우리 매장에서 구경하고, 구입은 아마존이나 베스트바이에서 하시라”고 권한다. 언뜻 보면 장사를 할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잘 팔아주는 것도 아닌데도, 메이커들은 이 매장에 물건을 넣기 위해 줄을 선다. 이 회사는 미국 전역에 24개 매장을 가지고 있는데 각 매장마다 진열할 수 있는 제품은 60~80개 정도. 그런데도 250개 이상의 메이커들이 대기 중이다. 소프트뱅크가 로봇 ‘페퍼’를 개발하자마자 진열하기도 했다.

베타는 메이커들에게 판매수익보다 더 중요한 것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내 제품에 관심 있는 고객이 어떤 사람들인지' '이들이 내 제품에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다. 이 매장의 천장에는 15~24대의 카메라가 달려있어 고객들의 움직임을 분석하는데 △성별과 연령대 △어떤 제품 앞에서 주로 발걸음을 멈췄는지 △그 제품 앞에서 얼마나 오래 서 있었는지 등의 데이터가 메이커에게 전달된다.

각 제품 옆에는 아이패드가 놓여있다. 제품정보와 유통채널별 가격비교 페이지가 뜬다. 앱과 연동되는 제품이면 체험해볼 수도 있다. 고객이 구매버튼을 누르면 바로 메이커에게 전달돼 어떤 색상이 잘 나가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 페이지는 메이커가 관리하는데 매장 판매가를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도 있다.

물건을 설명해주는 역할뿐 아니라 소비자의 반응을 체크해 브랜드에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는 '베타 테스터'/사진=베타
물건을 설명해주는 역할뿐 아니라 소비자의 반응을 체크해 브랜드에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는 '베타 테스터'/사진=베타

이곳 매장 직원들은 ‘베타 테스터’라 불린다. 이들은 고객에게 제품을 사라고 권유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질문을 던진다. '왜 이 제품을 사려고 하는가?' '만져본 소감은 어떤가?' '성능 대비 가격대는 어떤가? 등의 질문이다. 고객의 제품 체험을 돕는 동시에 정보를 수집해 메이커들에게 전달한다. 이 매장은 이렇게 얻는 정보를 분석하고 가공하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했는데 메이커들은 이를 통해 제품을 수정하기도 하고, 가격 등 전략을 수정하기도 한다.

베타는 매장 내에서 물건이 팔려도 메이커들에겐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고 매출 100% 그대로 돌려준다. 대신 매장의 진열공간을 빌려주는 데 대한 비용을 받는다. 제품 하나를 8개 매장에 진열하는 조건으로 월 2000달러(약 219만원)를 받는다.

고객 입장에서는 다른 어떤 온오프 매장에서도 살 수 없는 혁신적인 신제품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심지어 정식 출시가 2~3년이나 남은 시제품도 이곳에서 먼저 만나볼 수 있다. 그래서 이곳 고객들 중에는 얼리어답터들이 많다.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베타 매장을 유치하기 위해 줄을 선다. 베타 각 매장의 월 평균 방문객이 2만5000명에 달하기 때문에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손님을 모을 수 있는 매력적인 점포다. 메이시스, 갤러리아 백화점이 요청해 입점했는데 이중 메이시스는 지난해 베타가 투자받은 1900만 달러(약 226억원) 규모의 펀딩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메이시스와의 협력을 계기로 베타는 패션, 생활용품 등의 품목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토이저러스가 뉴저지에 새롭게 문을 연 매장/사진=토이저러스
토이저러스가 뉴저지에 새롭게 문을 연 매장/사진=토이저러스



'망했던' 토이저러스 매장의 변신


한때 전 세계 어린이의 지상낙원이었던 토이저러스(Toys R Us)는 늘어나는 부채 때문에 2017년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이듬해 공식 폐업을 선언했다. 미국 등 800여개 매장의 문을 닫았다. 브랜드 등 지적재산권은 '트루키즈'(Tru Kids)라는 회사가 인수했다.

토이저러스의 몰락은 아마존 발(發) 오프라인 매장 종말의 상징과도 같았다. 토이저러스는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키우는 대신 온라인 판매를 아마존에 맡겨버렸는데 이것이 화근이었다. 아마존에 독점판매 조건으로 공급하면서 처음에는 엄청난 수익을 거뒀지만, 아마존이 계약을 어기고 다른 회사 제품도 판매하면서 장난감 시장을 아마존에 내주게 된 것.

로렌스 카프론 인시아드(INSEAD) 교수는 "당시 토이저러스는 온라인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대신 아마존 플랫폼에 올라타는 전략만 구사했다"며 "레고, 마텔 등 경쟁사들을 물리칠 수 있는 지름길만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랬던 토이저러스가 다시금 오프라인으로 부활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뉴저지 파라무스의 쇼핑몰에 169평 규모로 새 매장을 열었다. 과거 매장의 4분의 1수준에 진열된 상품도 1500여개로 더 적지만, 이 매장 운영을 맡은 회사를 주목해야 한다. 그 회사가 바로 '베타'다.

이 매장에서는 천장 카메라로 고객의 연령, 성별 뿐 아니라 어느 브랜드 진열대가 가장 인기 있는지, 오래 살펴본 장난감이 무엇인지 등 데이터를 수집한다. '놀이 전문가'(play pro)라 불리는 직원들은 매장을 다니며 아이들의 체험을 돕고 어떤 장난감을 어떻게 가지고 노는지 관찰한다.

완구업체는 매출을 가져가고 공간 사용료만 내면 된다. 공간을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는데 대부분 신제품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아이들의 체험으로 수집된 데이터와 피드백은 완구업체에 제공된다.

장난감 가게가 아닌 놀이공원을 지향하는 토이저러스 어드벤처/사진=토이저러스
장난감 가게가 아닌 놀이공원을 지향하는 토이저러스 어드벤처/사진=토이저러스

지난 10월부터는 시카고와 애틀랜타에 '토이저러스 어드벤처'라는 팝업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이 매장의 성격은 베타에 운영을 맡긴 매장과는 좀 다르다. 뉴저지 매장의 목적이 '체험 + 데이터 +판매'라면 팝업 매장은 '놀이'다. 디즈니랜드처럼 입장권 끊고 들어가 주제별 8개의 방에서 신나게 뛰어놀 수 있다.

마스코트 '기린 제프리'가 맞아주는 공간에 들어가면 미끄럼틀과 대형블록이 가득한 놀이터가 나오고, 공룡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대형 실로폰을 치고 놀다가 공이 가득한 볼 풀장에서 허우적댈 수도 있고, '겨울왕국' 방에는 종이가루가 눈처럼 날린다.

어드벤처 매장은 '캔디토피아'(candytopia)라는 스타트업과 만들었다. 이 회사는 도시를 돌아다니며 사탕, 젤리로 만든 작품을 전시한다. 2만5000개 곰돌이 젤리로 만든 스핑크스, 마시멜로로 가득한 풀장 등이 특히 인기다. 토이저러스는 사탕 대신 장난감을 잔뜩 채워 이미지를 제고하고 입장료 수입을 받는 것이다.

토이저러스는 이제 물건만 파는 대신 데이터를 팔아서, 혹은 장난감계의 디즈니랜드처럼 놀이공간을 팔아서 수익을 올린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토이저러스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유통이라기보다 사회적 인플루언서에 가깝다"며 "마치 유명인사, SNS 스타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통해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했을 때 수익을 나눠받는 것처럼 기린 제프리가 장난감을 팔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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