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신년사에 9.19 군사합의 무효·개성공단 철거 담을수도"

[연평도=뉴시스]최진석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창린도 방어부대서 해안포 사격을 지시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가운데 27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개머리해안 포문이 닫혀 있다. 2019.11.27. [email protected]

한반도 긴장이 계속 고조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달 1일 신년사에서 조건부 9.19 남북군사합의 무효화나 개성공단 연내 철거 요구를 담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북한, 9.19 군사합의 무효화 가능성"=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10일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연 '한반도 정세 2019년 평가 및 2020년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예상했다.


양무진 교수는 이날 남북관계 전망 발표에서 "올해 남북간 공식 대화가 한번도 없었던 답보 국면이었고 내년에도 답보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 답보가 지속되는 속에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어 그는 "이런 답보 국면의 지속 속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관계와 관련해 신년사에 무엇을 담을지가 상당히 중요한 대목"이라며 "지금까지 북한 대남비난의 핵심 소재가 크게 외세의존, 한미연합군사훈련, 신규 무기 전개에 따른 적대행위였다"는 데에서 신년사 내용을 추정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이와 연관해 내년 김정은 신년사에서 우리가 한미군사훈련을 재개한다면 9.19 군사합의를 무효화한다는 내용이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며 "또 하나는 상반기 내 개성공단 재개를 안 하면 연내 철거를 요구하는 것도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북미→남북' 선순환 한계 직시해야=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9.19 군사합의를 북한이 계속 유지할 지'에 대한 질의에 "대단히 어둡다"며 "우리 정부가 잘못한 건 우리 스스로 북미관계에 남북관계를 넣어 버렸다는 것"이라 답했다.

김 교수는 "내년엔 북미가 좋아지든 나빠지든 남북관계와 상관이 없을 것"이라며 "북미 모두 서로에게 보다 내부에 신경을 써야 하고, 북한도 변수를 많이 만들면 안돼 남측과 뭘 만들어 보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이어 "그런 차원에서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먼저 깨진 않을테지만 한미연합훈련이나 F-35 도입 등 이런 게 있을 때마다 상응해서 깨는 등 북한이 팃포탯(tit for tat·맞대응)으로 (9.19 군사 합의를) 건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비관적인 전망 하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응에 대해 양 교수는 "우리는 남북과 북미의 선순환을 굉장히 강조하기 때문에 이 선순환의 한계를 기본적으로 직시해야 한다"며 "남북관계의 독자성을 살리고, 연말연초 우리 외교력을 총동원해 한반도 상황관리 및 악화 방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도 중요한데 전쟁불용이란 큰 틀에서 한반도 운명은 미국이 아니라 우리가 지킨다는 의지와 남북관계 독자성을 강조해야 한다"며 "조속한 시간 내 한미정상회담 개최가 필요하고 그 결과를 갖고 특사 파견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양 교수는 질의응답에서 "북한은 9.19 군사합의를 조건부 무효화, 즉 우리 측이 한미군사훈련을 하고 신규 전략 무기를 전개할 경우 무효 선언할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조건부로 북한에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을 지속하면 한미연합훈련이나 신규 무기 전개를 안 할 거라 메시지를 먼저 보내 9.19군사합의 무효화를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