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성지순례'온 베트남 관광객, 곶감쇼핑까지

산청한방약초축제에서 베트남우호교류방문단이 산청한약방에서 전통체험을 하고 있다. / 사진 = 뉴스 1

'푸른 산(山淸)' 이라는 이름의 조용한 도시 경남 산청군이 '산청의 아들' 박항서 감독(60)의 빛나는 성과로 때아닌 '베트남 특수'를 누리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2 축구대표팀은 필리핀 마닐라의 리살 기념 경기장에서 열린 인도네시아와의 동남아시안게임 남자축구결승전서 3-0으로 대승을 거두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는 1976년 베트남 통일 이후 첫 우승이자,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준우승·2018 아시안게임 4강·2019 아시안컵 8강 진출에 이은 베트남 축구의 빛나는 성과다. 베트남 국민들은 '쯔놈(Thầy ·선생님이라는 뜻의 베트남어 존칭)' 박 감독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같은 베트남인들의 환호는 박 감독이 태어나 자란 산청군을 베트남인들의 '성지(聖地·성스러운 장소)'로 만들었다. 2015년 6%·2018년 7.1% 등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베트남은 늘어난 소득에 힘입어 한국·일본 등 해외 관광이 급증했으며, 특히 K-POP과 드라마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은 베트남인들의 필수 방문국가가 됐다. 지난 2월 한 달에만 4만 2181명의 베트남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했는데, 이는 전년도 대비 72.1%나 증가한 수치다.

산청군은 '베트남 특수'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베트남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산청군 여행 프로그램'은 이미 20여 회 이상 실시돼 수백 명의 베트남 관광객들이 산청을 찾았다. 3만 5380명(11월 기준)의 적은 인구가 거주하는 탓에 연결하는 철도편도 없을 정도로 작은 도시인 산청군이지만, 베트남 관광객들은 기꺼이 '축구 영웅'박 감독의 고향을 보기 위해 지갑을 연다.

지난 11월 베트남 관광객이 산청군 동의보감촌을 방문해 이재근 산청군수와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산청군청 관계자는 "박 감독이 축구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자 베트남에서 오신 관광객들이 산청군을 많이 찾아 주신다"면서 "여행 상품들은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주택 인근으로는 가지 않지만, 박 감독의 고향이라는 데에 감동을 받으시는 관광객 분들도 많아 뿌듯한 심정"이라고 귀띔했다.

지리산에서 나는 곶감이나 꿀, 약초 등을 판매하는 산청군 주민들도 '반사 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산청군 산청읍에서 '지리산 특산품'인 곶감을 판매하는 민 모씨(67)는 "월남(베트남)에서 온 사람들이 곶감을 사 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오늘부터는 나도 박 감독의 팬이다. 산청 사람이 우리 곶감까지 팔아 준다는데 이런 고마운 일이 또 어딨겠는가. 선거라도 출마하면 한 표 찍어줄 예정"이라며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실제로 박 감독은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등극한 후에도 산청군 생초면의 모교를 찾는 등 각별한 '고향 사랑'을 보여 왔다. 지난 2월에는 베트남 기업 능요(RUNG NHO)사가 산청군을 찾아 한방가공식품 생산기업과 53만 9000달러(한화 약 6억 600만원)의 수출의향서를 체결하기도 했으며, 지난해 12월 9일 베트남 하노이의 빈컴로얄시티에서 열린 '산청 우수농산물 판촉전'에는 산청군과 베트남 모 기업 간 170만달러 규모의 수출의향서가 체결된 바 있다. 당시 박 감독은 직접 이 행사장을 방문해 판촉전 참가자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