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 주택 화재 사고, 범인은 집안에 있다?

귀여운 반려묘와 건강히 오래 살기 위해선 인간의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사진=이미지투데이

#김 대리에겐 사랑스러운 반려묘 '도도'가 있다. 요새 김 대리의 고민은 도도가 너무 똑똑하다는 거다. 왜 똑똑한 게 고민이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자꾸 온갖 버튼을 다 누른다"며 "심지어는 정수기 물도 빼먹는다"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집을 비운 사이에 전자레인지 등의 버튼을 누른다면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대리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다. 지난 8일 경기도 포천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는 고양이가 낸 불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소방 관계자는 집주인이 외출한 상태 집 안에 있던 고양이 3마리가 전자레인지 스위치를 눌러 불이 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려동물로 인한 화재, 최근 3년간 163% 증가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4일 발표한 3년간 반려동물의 행동에 의해 발생한 화재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로 인한 화재가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8건에 그쳤던 화재가 2017년 7건, 2018년 19건, 2019년 9월까지 31건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반려동물에 의한 화재는 2017년 대비 271% 증가, 올해 9월 말 기준으론 전년 전체대비 163% 늘었다.

2016년부터 올해 9월까지 반려동물로 인한 화재는 총 65건으로 이 중 반려견에 의한 화재는 3건, 반려묘에 의한 화재는 62건으로 파악됐다. 반려동물이 건드린 물건은 전자레인지가 64건, 스탠드 전등이 1건이었다. 대부분의 화재가 반려동물이 싱크대 위에 올라가 전자레인지 스위치를 밟아 발생한 화재였다.

외출 시 반려묘의 안전을 위해 화재 위험 물질은 한 번 더 확인하자.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사진=이미지투데이

스위치 덮개 등 안전장치 설치…가연물 제거 필수전문가들은 이런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전기레인지가 동물의 발에 의해서도 작동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덕션, 하이라이트, 핫플레이트, 하이브리드 등을 포함한 전기레인지는 가스가 아닌 전기로 열을 발생 시켜 안전한 조리도구로 알려져있지만 작동법이 쉬워 영리한 반려동물이 배울 수 있는 단점도 존재한다.

특히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는 반려묘에게 사람 허리 높이 정도의 전기레인지는 올라가고 싶은 '캣타워(고양이들이 쉬거나 놀기 위해 만들어진 높이가 있는 구조물)'처럼 느껴진다. 고양이가 뛰어올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실수로 작동 버튼을 누르거나, 평소 주인이 누르던 모습을 모방하다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전기레인지 주변 가연물을 놓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주방용품인 키친타월, 행주 등이 닿지 않도록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또 다른 방법은 스위치 주변에 덮개 등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것이다. 안전장치 설치가 여의치 않다면 외출 시에는 화재의 위험이 있는 전자제품의 코드를 뽑아두는 것이 좋다.

신열우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최근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가족 구성원의 반려동물에 대한 안전 돌봄이 요구된다"며 "특히 반려 고양이의 행동에 의한 전기레인지 화재가 전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화재피해 예방을 위해 전기레인지 주변 가연물 제거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호기심 많은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의 안전과 사람의 안전이 공존하기 위해선, 사람의 노력이 조금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