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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후진하는 모빌리티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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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상연 미래산업부장
  • 2019.12.1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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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 1년 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마주친 암울한 미래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당시 기자는 택시업계의 카풀 반대 집회에 참여한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고 모빌리티 혁신의 역주행을 우려하는 칼럼(2018년 11월30일, [광화문]카풀? 더 센놈이 온다)을 썼다.

그 날, 그 자리에 선 정치인들은 국민 편익이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이 무책임한 선동 정치를 벌였다.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승차공유를 타도해야 할 나쁜 기술처럼 호도하는가 하면 승차공유의 출현이 마치 문재인정부의 업적이라도 되는 양 정권 비판에 열을 올렸다.

19세기 영국 자동차산업을 후퇴시킨 ‘붉은 깃발법’의 망령이 떠오른 것도 그때였다. ‘우리는 이미 혁신을 잡아먹는, 정치라는 붉은 깃발 아래 서 있는 것 아닌가’ 정치권이 주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택시-카풀 합의안’을 내놓은 것은 그로부터 3개월 후였다. 말이 합의안이지 평일 하루 4시간(출근 오전 7시~9시, 퇴근 오후 6시~8시) 영업 제한으로 사실상 카풀의 싹을 자르는 내용이었다.

스타트업계에서는 이 합의안을 ‘모빌리티계의 기해늑약’이라고 부른다. 소비자와 당사자(카풀 스타트업)를 무시한 정치권과 기득권(택시업계), 대기업(카카오)의 밀실 합의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결국 지난 8월 합의안대로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면서 카풀 스타트업들은 사업을 접거나 축소해야 했다.

카풀 합의안이 승차공유의 싹을 자르는 것이라면 지난 6일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뿌리까지 뽑는 것이다. 이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1년6개월 뒤 우리나라에선 타다와 같은 렌터카 기반 승차공유는 불법이 된다.

뿐만 아니라 택시사업을 조금이라도 침범할 수 있는 모든 모빌리티 혁신은 사실상 금지된다. 정부가 정한 택시 총량 내에서 운행 대수만큼 면허를 사들인 기업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또 다른 규제장벽을 세웠기 때문이다. 벤처·스타트업이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는 넘볼 수 없는 공고한 그들만의 시장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타다 금지법이 버스, 트럭 등 다른 모빌리티 영역의 혁신마저 막는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모빌리티 혁신생태계는 와해되고, 혁신이 가져올 다양한 미래 먹거리는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자동차, 물류 등 다른 연관산업들의 혁신마저 늦춰질 공산이 크다.

소비자와 근로자의 70% 이상이 지지하는 서비스에 불법 딱지를 붙이고, 창업자를 범법자로 내모는 나라에서 누가 혁신을 하겠다고 나서겠는가.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해묵은 의료법 규제를 피해 해외로 빠져나가듯 모빌리티 혁신생태계의 인재와 자본도 짐을 쌀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혁신은 본질적으로 파괴적이다. 기존 기득권과 갈등이 불가피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그 갈등과 대면하고 적극적으로 조정·해결해야 한다. 지금처럼 갈등을 회피하거나 정치적 고려만 앞세울 경우 혁신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빠른 물고기가 지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그렇게 잃어버린 시간은 우리 경제에 큰 짐이 될 것이다.

오죽하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타다 금지법에 대해 “정말 이해가 안 돼서 가슴이 답답하다”고 한탄했겠는가. “택시를 보호하려는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미래를 막아버리는 방법이 유일한 대안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간다”는 박 회장의 호소를 정부와 정치권이 이제라도 곱씹어 봐야 한다.
[광화문]후진하는 모빌리티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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