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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 얼려 드립니다” 회사 복지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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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은 기자
  • 2019.1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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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분위기 변화로 매년 50%씩 냉동난자 시술건수 늘어… 해외선 복지 차원에서 냉동난자 시술 금액 지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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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30대 중반 김윤아(가명)씨는 커리어를 쌓는 데 여념이 없다. 주변에선 "지금 아이를 낳지 않으면 5년 뒤엔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한다"며 하루 빨리 출산할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는 승진 가도에 오른 현재 아이를 낳고 싶진 않고, 자신이 목표했던 직책까지 오른 뒤 아이를 갖고 싶다. 김씨는 남편과 함께 센터에서 난자·정자를 채취해 수정시킨 뒤 배아를 냉동시켰다.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고생중인 직장인 이모씨(27)는 얼마 전 산부인과에서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난소 기능이 저하돼 조기폐경이 예상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현재 남자친구가 없지만 가정을 이뤄 자식을 낳는 꿈이 있다"며 "폐경이 오기 전 서둘러 난자를 얼리기로 결심했지만, 수백만원에 달하는 금액이 부담돼 선뜻 병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책 속의 이야기로만 느껴졌던 '냉동 난자'가 일상화되고 있다. 만혼이 늘고 출산을 늦추는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난자를 얼리는 여성들이 늘어서다. 냉동난자를 원하는 이들이 늘면서 이를 지원해주는 게 '복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15일 난임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하면서 매년 50% 정도씩 냉동 난자, 냉동 정자의 시술 건수가 늘고 있다.

이전까지 냉동 난자 시술을 받는 이들은 △여성질환 병력이 있거나 △함암 또는 방사선 치료 전 건강한 난자 보관을 원하는 경우에 국한됐다. 하지만 최근 늦게 결혼하는 추세와 여성의 사회 진출, 여성의 고등 교육 이수 등의 현상이 지속되면서 △현재 만 35세 이상으로 향후 5년 이내 결혼계획이 없는 경우 △직장 커리어 또는 학업 등으로 만 35세 이후까지 임신을 미뤄야 하는 경우에도 냉동 난자 시술을 받는 이들이 늘었다.

즉 한국의 만혼 추세와 난자 냉동 증가추세가 맞물려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33.1세 △여자 30.4세로, 2009년의 △남자 31.6세 △여자 28.7세에 비해 크게 늦어졌다.

나이가 들수록 노화된 난자가 배란되기 때문에 자연 임신 성공률에 차이가 있다. 20대까지는 노화가 의미 있는 정도가 아니지만, 30대 초중반 이후부터는 노화가 난자의 질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있다. 세포 내 에너지 대사 문제나 염색체 이상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35세 이상은 '고위험 임신'으로 20대에 비해 자연 임신 성공률이 절반 이하로 감소하고, 40대 중반 이후에는 자연 임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먼저 산업화한 해외에선 이미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 '냉동난자'가 일종의 붐처럼 인기였다. 2012년 영국 인간생식배아관리국(Human Fertilisation and Embryology Authority, HFEA)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580명의 여성이 난자를 냉동해 2009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2014년 미국의 가임력 보존 회사 EggBanxx가 뉴욕의 고급 호텔과 클럽에서 주최한 '난자 냉동 파티'에는 수백명의 전문직 여성이 참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기업은 지원에 나섰다. 자기 회사에서 근무하는 능력있는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최대한 피할 수 있도록 복지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는 2014년 페이스북, 애플 등을 시작으로 현재 수십개 회사가 난자 동결 보존 보조금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일본 PR회사 써니사이드업도 2015년 보조금 제도를 도입, 직원 난자 동결 보존 비용의 30%를 회사가 부담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지원을 한 사례도 있다. 치바현 우라야스시(市)의 준텐도대학 우라야스병원은 2015년부터 3년 동안 우라야스시의 보조금을 통해 여성 환자 34명의 난자 동결 보존을 지원했다.

한국에도 기업이나 국가 혹은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지원해달라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변호사 김모씨(27)는 "로스쿨을 갓 졸업하고 이제 막 사회인이 됐고, 커리어를 쌓을 때라 최대한 늦게 아이를 낳고 싶은데, 200만~300만원 정도의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면서 "냉동난자는 기술을 통해 여성이 출산 시기를 조절할 수 있게 돼 자유를 주는 셈인데, 국가에서 출산을 장려한다면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한 지금 조금이라도 냉동난자에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창우 마리아병원 가임력 보존 클리닉 센터장 과장은 "3년 전까지만 해도 냉동난자 의뢰가 1년에 100건 미만이었는데 최근 가파르게 의뢰가 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에선 2015년에, 일본에선 2016년에, 우리나라에선 2017년부터 인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시기를 놓쳐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데, 복지적 차원에서 난자냉동을 지원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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