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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라고 만든 매장 자동주문... 나만 불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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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가영 기자
  • 2019.12.1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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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무인화 열풍에 부작용 속출…"기업은 '키오스크세'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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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소비자들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문하고 있다./사진=박가영 기자
무인화(無人化) 열풍이 거세다. 무인 단말기(키오스크)는 이미 일상을 곳곳을 파고들었고, 무인 점포도 점차 늘고 있다. 바야흐로 사람 대신 기계가 손님을 맞는 시대다.

무인화 시스템을 도입한 업체들은 그 이유로 '소비자의 편의성 확대'를 꼽는다. 신속하고 빠르게 주문 및 계산을 처리하겠다는 것.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언택트(Untact) 마케팅'의 일환이기도 하다.

편리한 서비스 이용을 위한 '무인화'라고 하지만, 점포에 사람이 아닌 기계가 늘면서 소비자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더해 무인화가 오히려 소비자에게 노동을 전가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여기도, 저기도…전 세계가 무인화 바람 탔다


업태별로 변화의 속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무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무인화는 유통업계, 외식업계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외식업계는 무인화 흐름이 거센 곳 중 하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19 외식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비대면 서비스화'를 선정하기도 했다. 농림부는 무인화·자동화의 확산에 따른 키오스크, 전자결제 등의 발달로 외식 서비스의 변화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키오스크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업종은 패스트푸드 전문점이다. 롯데리아는 전국 1344개점 중 980여개 매장에서 키오스크를 운영 중이다. 맥도날드는 2015년부터 키오스크를 도입하기 시작해 현재 전국 420개점 중 270여개 매장에 키오스크를 들였다.

국내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는 지난해 무인 계산대를 도입했다. 전국 142개 점포 중 95곳에서 무인 계산대가 들어섰다. 또 이마트24는 30곳 이상의 무인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24 무인편의점은 매장 내 셀프 계산대를 통해 고객이 직접 계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마트24 무인 계산대를 이용해본 직장인 박모씨(28)는 "점원이 있는 계산대에 사람이 많을 때 종종 이용한다"며 "바코드 찍는 것도 재미있고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무인화는 전 세계적 트렌드이기도 하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 따르면 미국은 2014년 말에 이미 10만개 이상의 셀프 계산대가 소매 매장에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키오스크와 자판기 등 무인 단말기 시장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9%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미디어 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무인 상점 시장 규모(매출 기준)은 2017년 380억위안(약 6조원)에서 2020년 약 1조8105억위안(약 304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청년, 노인 할 것 없이 기계 앞에서 '진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무인화에 가속이 붙으며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디지털 소외'는 특히 큰 문제로 지적된다.

직장인 김모씨(29)는 최근 무인주차장에서 고령 운전자가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김씨는 "나가기 전에 무인정산기에서 주차비를 계산하고 나가야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할머니 한 분이 그걸 모르고 그냥 나오셨다. 뒤늦게 영수증 들고 사람을 찾으러 다니며 왔다갔다 하는데 직원은 마이크로 '영수증 넣어라'고만 하더라. 기다리는 차들이 일렬로 늘어선 걸 보고 할머니가 더 당황해하셨다. 결국 직원이 그냥 열어줘서 나갔는데, 너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직장인 김지환씨(31)는 "처음에 맥도날드에서 키오스크 쓸 때 사용이 어려워 두 번 정도 초기 화면으로 돌아갔다. 세 번째 시도했을 때야 주문에 성공했다"며 "키오스크 사용이 익숙해지기 했지만 다른 매장에 가거나 할인 쿠폰, 적립금 등을 사용할 땐 아직도 버벅거린다.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해서 그런지 그럴 때마다 등에 땀이 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보 기술의 변혁이 급속도로 이뤄지며 디지털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나타났다. 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또 다른 장벽을 만드는 상황이다.


"무인화 시스템 도입한 기업, '키오스크세' 내야"


소비자들은 무인화로 인해 '그림자 노동'을 하게 됐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그림자 노동은 일을 했지만 보수를 얻지 못하는 무급 활동으로, 오스트리아 철학자 이반 일리치(Ivan Illich)가 동명의 저서에서 처음 언급한 개념이다. 즉 무인화 시스템이 도입되며 주문 접수, 결제 등 노동이 소비자의 몫이 됐다는 것이다.

누리꾼 A씨는 "키오스크의 가장 큰 문제점은 회사가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노동력)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키오스크로 주문하면 할인을 해야하는 게 맞다. 소비자가 기업에게 노동력을 제공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무인화 시스템을 도입한 업체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직장인 최수연씨(37)는 "키오스크 같은 무인 단말기를 설치한 기업에게 '키오스크세'를 받았으면 좋겠다. 기업은 키오스크를 써서 인건비를 줄이는데 그로 인한 불편은 소비자가 겪는다. 사람도 고용 안 해서 사회에 도움도 안 된다"며 "누굴 위한 무인화냐"고 반문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널리스트 크레이그 램버트는 책 '그림자 노동의 역습'을 통해 "그림자 노동은 아주 매력적인 방식으로 기업과 조직에 보상을 안겨 주고 있다. 돈도 받지 않고 일해 주는 고객에게 일을 넘겨줌으로써 그 많은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거부하는 자본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해외에서도 부작용과 그 해결책들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주자 앤드류 양은 자동화 기술 등을 도입해 일자리를 없앤 아마존과 애플, 페이스북, 구글 같은 IT 기업들에게 추가로 세금을 걷어 월 1000달러씩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는 공약을 내놨다.

앞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기업이 로봇을 도입해 얻은 이득의 일부를 '로봇세'로 걷어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이츠의 주장에 대해 안드루스 안시프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절대로 안 된다(No way)"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무인화 시스템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요구가 높아지면서 이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관계자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로봇세와 같은 정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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