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실탄 확보한 '비상경영' 현대일렉

'비상경영'을 선언한 현대일렉트릭 (242,000원 ▼13,000 -5.10%)이 1000억원 규모의 '실탄' 마련에 성공했다. 유상증자 청약에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지주 등이 힘을 더했다.

현대일렉트릭은 이와 별개로 1500억원 규모의 자산매각도 진행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속도를 끌어올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일렉트릭이 지난 9~10일 기존 주주 및 우리사주조합을 대상으로 진행한 유상증자 청약 결과 청약률은 103.24%를 기록했다. 증자 규모는 1073억원이다.

기존 주주들에 신주 물량을 부여한 뒤 실권이 발생하면 일반공모로 돌릴 예정이었는데, 실권주는 나오지 않았다. 우리사주 청약물량은 배정물량에 다소 못미쳤지만 나머지 주주들이 초과청약을 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이자 현대일렉트릭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지주가 힘을 보탰다. 앞서 현대중공업지주는 청약 배정주식에 120%까지 참여하기로 했었다. 현대중공업지주를 비롯한 주주들은 배정물량인 1255만2000주보다 약 200만주 많은 1440만6921주를 청약했다.


이는 지난 9월 전사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현대일렉트릭 자구 노력의 일환이다. 당시 현대일렉트릭은 유상증자는 물론 1500억원 규모의 자산매각 계획도 밝혔다.

자산매각에도 현대중공업그룹이 십시일반한다. 주력 조선 계열사 현대중공업은 현대일렉트릭 울산공장 선실공장 부지를 매입하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오일뱅크와 현대건설기계는 용인 연구소 부지를 매입하기로 한 상태다.

유상증자와 자산매각을 통해 마련한 실탄은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되며, 일부는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그룹 계열사 전체가 나선 까닭은 현대일렉트릭이 현대중공업에서 인적분할되며 자립한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실적 악화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현대일렉트릭은 전력공급 전 단계에 필요한 변압기, 차단기, 회전기, 배전반 등을 제조·공급하는 회사다. 선박과 플랜트 등 산업에 전장시스템을 구축하고 제어하는 솔루션도 제공한다.

인적 분할 후 현대일렉트릭은 업황 악화에 반덤핑 관세 타격까지 받고 지난해 연간 1006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올해 상황은 더 악화됐다.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1166억원이다. 이 때문에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올해 정기 신용평가에서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이 회사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부채 비율을 100%대로 낮춰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며 "2020년부터는 안정적인 흑자를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