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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Eat] 물 잠긴 주차장서 숨진 中배달원…그는 왜 들어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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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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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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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먹는(Eat)' 이야기]
"늦으면 7배 벌금" 상하이 매일 2건 사고
알리바바 vs 텐센트 '배달 전쟁'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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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호를 위반하고 배달하는 중국 음식 배달원. /AFPBBNews=뉴스1
[인싸Eat] 물 잠긴 주차장서 숨진 中배달원…그는 왜 들어갔을까
전세계에서 배달음식을 가장 많이 시켜 먹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중국인 3명 중 1명꼴로 온라인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있는데요. 5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배달 시장은 올해 기준 710억달러(약 84조4000억원), 미국의 3배가 넘습니다.

이 유망한 시장을 알리바바와 텐센트, 두 IT(정보기술)공룡이 양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업체간의 배달 전쟁 최전선에 서있는 570만명의 음식 배달원들은 진짜 죽음을 무릅쓰고 도로 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늦으면 벌금 7배…태풍도 뚫는 음식배달


비오는 날씨에 배달을 하는 배달원. /AFPBBNews=뉴스1
비오는 날씨에 배달을 하는 배달원. /AFPBBNews=뉴스1
알리바바의 음식배달서비스 ‘어러머’에서 배달원으로 일하는 루즈잉(29)은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배달에 늦는 것이 가장 무섭다”면서 “신호등이 빨간불인지 초록불인지 구분하지 않고 달린다”고 말했습니다. 어러머를 비롯해 텐센트가 지분 20%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메이투안디엔핑에 소속된 배달원 10여명은 닛케이에 보통 3km 반경의 배달은 조리시간을 포함해 30분 안에 완료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재수 없으면 1초만 배달이 늦어도 일당의 절반이 날아간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루즈잉이 배달 한건당 받는 돈은 약 7위안(약 1177원)인데, 예정시간을 넘길 경우 벌금은 50위안(약 8400원)에 달합니다. 고객이 항의를 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면 벌금은 면할 수 있지만 루즈잉은 운에 기대를 걸 생각은 없습니다. 그는 상하이 시내 규정 속도인 25km 제한속도를 넘어 매일 50km 이상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중국 역사상 다섯 번째로 큰 태풍 레끼마가 상하이를 덮쳤을 때도 루즈잉은 여전히 배달에 나섰습니다. 어러머와 라이벌업체인 메이투안디엔핑 모두 배달 서비스를 멈출 생각이 없었습니다. 어러머의 배달원 한 명은 배달을 위해 물이 넘쳐 흐르는 주차장으로 들어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배달원들이 하루에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은 12~14시간. 보통 35~40건의 배달을 하고 버는 월급은 7000~1만위안(약 117만~168만원)입니다.

이러한 배달 시간 경쟁은 새로운 얘기는 아닙니다. 1993년 미국 도미노피자는 ‘30분 배달’을 내걸고 배달원들에게 빨리 배달하라며 압력을 넣다가 수많은 사고와 소송에 시달렸고, 지난 10월 대만에서는 단 5일 동안 음식 배달원 3명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올해 1~7월 음식배달 관련 사고는 568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16년보다 2배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알리바바 vs 텐센트 공룡의 전쟁


[인싸Eat] 물 잠긴 주차장서 숨진 中배달원…그는 왜 들어갔을까
물론 중국만큼 배달원들이 위험한 질주를 펼치는 나라는 전세계에 없습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위해 음식배달에 나서는 이들은 지난해 기준 각각 300만명, 270만명 등 총 570만명에 달합니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43.9%대 52%. 번스타인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시장 규모는 710억달러(약 84조4000억원)에 달하는데, 2023년엔 이보다 3배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5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이 고공성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닛케이는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펼치는 치열한 배달 경쟁은 더 큰 전쟁 때문이라고 전합니다. 라이프스타일 서비스에서 광고, 클라우드 컴퓨팅까지 자사 생태계에 사람들을 유입시키고 묶어두려면, 가장 손쉽게 이용하는 음식배달 서비스를 전쟁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이러한 시너지 효과를 노리기 때문에 알리바바도 텐센트도 음식배달 서비스에선 수익 창출보다 공격적 마케팅으로 이용자 수를 늘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알리바바는 지난 11월 홍콩 증시에 2차 상장을 하기 위해 지난해 4월 95억달러(약 11조1300억원)를 들여 어러머를 완전히 인수했습니다. 기업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어러머에 129억달러(약 15조12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텐센트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입니다. 어러머는 벌써 30억위안(5044억원)을 마케팅에 쏟아부었습니다. 어러머는 배달이 15분 지연될 경우 음식값의 25%를 돌려주고, 30분이 늦으면 70%를 환불해준다는 조건을 걸었고, 메이투안 역시 비슷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 리서치는 이러한 홍보 때문에 중국인 고객들은 배달업체를 고를 때 배달 속도를 두 번째로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전쟁에서 고통받는 건 병사들 뿐"


전기자전거를 끌고 육교를 오르는 배달원 /AFPBBNews=뉴스1
전기자전거를 끌고 육교를 오르는 배달원 /AFPBBNews=뉴스1
중국 상하이에서는 올해 상반기 동안 하루 평균 2건의 배달 운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중 어러머는 전체의 34.2%인 111건, 메이투안은 109건으로 집계됐습니다. 메이투안에서 배달원으로 근무하는 유용은 닛케이에 “배달 운전 사고의 80%는 배달시간이 촉박해서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기업은 AI(인공지능)으로 최적의 길 안내와 각종 교통 정보 알림을 통해 배달 시간을 줄이고 있다고 답합니다. 하지만 배달원들은 이러한 정보 제공이 만능이 아니며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을 연출한다고 말합니다. 내비게이션에서 알려준 골목 지름길은 종종 건물 사이 막힌 길로 안내하거나, 공사판 한복판으로 안내합니다. 이를 토대로 배달 시간을 계산하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그대로 달리거나, 과속으로 돌아가거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 관영매체조차 지난 7월 태풍 속에서도 배달을 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비행기와 기차도 안전문제로 운행을 멈췄는데, 어떻게 음식배달원이 극한의 날씨를 버텨낼 수 있는가?”라면서 비판했습니다.

각종 사고가 이어지자 배달원들의 시위 숫자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테크노드에 따르면 2016년만 해도 배달원들의 시위는 10건이었는데, 지난해는 56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올해에는 45건이 발생했습니다. 중국 전 산업계를 통틀어 일어나는 노동자들의 시위 중 12%가량입니다.

메이투안의 배달원 쿠샤오핑은 “회사는 배달시간을 줄이라고 말하면서도 빨간 신호를 지키라고 말한다”면서 “빨간 신호를 지키면서 어떻게 배달을 정해진 시간 안에 성공하는가? 기업간 전쟁에서 고통받는 오직 병사들뿐”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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