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증시는 고공행진…대기업만 30년간 성장 뒷걸음질

/사진=AFP.

일본의 버블 경제 붕괴 이후 보수적인 경영방침으로 일본 대기업들의 성장이 정체됐다고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최근 침체를 겪는 가운데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을 대표하는 상위 대기업의 성장이 (타국 대비) 열등해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해외에서는 혁신과 재편을 지렛대로 삼아 대기업이 멈추지 않고 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일본 증시가 사상 최고조를 기록하는 가운데 대기업만 부진하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서 1부 전체의 시가총액은 약 660조엔(7000조원)으로 최대치였던 1989년 말(606조엔)을 넘어섰다.

그러나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의 토픽스에서 시가총액 상위 30개사로 구성된 '코어 30'은 30여년 전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기각 토픽스는 40% 상승했고, 상위 500개사를 제외한 중소기업 주식으로 구성된 '스몰 지수'는 2.2배나 올랐다.

실제로 시총 100조원은 일본 기업이 넘지 못하는 벽이다. 지난 85년 이후 시총 10조를 상회한 기업 중 20%가 50조에 도달했지만 100조를 넘기는 기업의 비율은 3.9%에 불과했다. 의류업체 유니클로의 모회사 패스트 리테일링과 라쿠텐 등도 100조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동안 100조를 넘긴 기업은 8곳으로, 미국(86개), 유럽(53개), 중국(18개)에 비해 적다. 시총 기준 세계 상위 100대 기업의 절반을 차지하던 지난 1989년 대비 초라한 모습이다. 현재 일본에서 시총이 100조원를 넘는 기업도 토요타, NTT, NTT 도코모 등 3개다. 지금은 토요타만이 세계 상위 100대 기업에 이름을 남기고 있다.

신문은 "투자자들은 인재와 자본을 투하해 타사를 압도하는 진입장벽을 구축, 성장을 멈추지 않는 기업에 투자한다"면서 일본 대기업들의 부진을 재차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보수적인 경영문화가 대기업의 부진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와세다 대학의 시미즈 히로시 교수는 "(대기업들이) 수익성 사업에 경영자원을 이동하지 못한다"면서 "대담한 사업으로 움직일 수 없는 경영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비핵심 사업을 자르고, 핵심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등 과감한 정책 결정이 없다는 분석이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가정용품 제조업체 피앤지(P&G) 같은 경우 지난 20년 동안 시총을 1000억에서 3000억달러 규모로 늘렸다. 유명 감자칩 '프링글스'나 전지사업인 '듀라셀' 브랜드를 매각하는 반면 세제 등 10개영역에 주력하기로 결정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반면 라쿠텐의 주가는 2005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20년 가까이 제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시미즈 교수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평균 총자산이익률은 설립 10년이 넘으면 감소하기 시작하는 반면 미국기업의 총자산이익률은 10~12%대를 유지한다. 총자산이익률은 수익성을 살펴보는 대표적인 지표로, 총 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신문은 "해외를 바라보면 혁신과 재편을 지렛대로 거대 기업이 멈추지 않고 성장하고 있다"면서 "강한 분야를 확대하고 유연한 경영이 확산돼야 상위 대기업이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