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지침에…롯데百 설 선물 사전예약 안한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1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2020년 설 선물세트 예약 판매’를 진행한다고 15일 밝혔다.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목동점을 시작으로 전국 15개 전 점포에서 순차적으로 진행하며, 정육·수산물·청과·가공식품 등 명절 대표 선물세트 200여 개를 선보인다./사진제공=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이 매년 연말 소비심리를 미리 올리기 위해 진행하던 설 선물 사전예약 행사를 올해는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백화점이 세일을 주도하면 할인 비용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도록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새 지침에 맞춰서다.

15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오는 1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2020년 설 선물세트 예약 판매’를 진행한다.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목동점을 시작으로 전국 15개 전 점포에서 순차적으로 진행하며, 정육·수산물 등 명절 대표 선물세트 200여개를 최대 30% 할인된 가격에 선보인다.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기간 설 선물세트 예약 판매에 나선다. 예약 판매 품목은 배, 사과, 곶감, 샤인머스켓 등 농산 40품목, 한우 등 축산 33품목, 굴비, 갈치, 전복 등 수산 30품목, 건강식품 52품목, 와인 39품목 등 지난 설보다 15품목을 늘린 총 265여가지 등이다. 이 기간 동안 최대 65% 할인 판매한다.

반면 업계 1위 롯데백화점은 이례적으로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를 하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의 '대규모 유통업 분야 특약매입거래 부당성 심사지침'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내린 결정이다. 설 선물세트 할인행사가 이 지침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설 사전 예약판매 비중이 미미해 공정위 지침을 준수하면서 협력사와 판매 협의를 진행하는 것보다 바로 본 판매에 집중하기 위해 올해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내년 매출 추이를 일단 지켜보고 2020년 추석 선물 예약 판매 진행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침은 백화점이 할인 행사를 할 때 할인분을 판촉비로 보고 절반 이상을 백화점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백화점이 아닌 입점 업체가 자발적으로 할인행사 시행 여부나 내용을 결정했다면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이 '자발성'에 대한 기준이 상당히 모호해 업계 내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새 지침을 지난 10월 31일에 시행하려고 했지만 백화점 업계가 '현장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한 정책'이라고 반발하면서 올해 코리아블랙페스타가 파행위기를 맞자 내년 1월로 연기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직매입과 협력사의 자발적 참여를 중심으로 올해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행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우나 수산물의 경우 직매입 비중이 높은 만큼 공정위 지침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협력사가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여하는지 여부가 공정위 새 지침의 핵심인데 아직도 명확한 기준이 나오지 않았다"며 "백화점도 공정위 지침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 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기에 일단 '몸 사리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