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하명 수사'로 낙선했나…진실은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제기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5일 참고인 자격으로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9.12.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의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한복판에 선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판사 출신에 17~19대 국회의원을 내리 역임한 울산 지역 중진 정치인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25회 사법고시에 합격했으며 사법연수원(15기)을 수료한 후에는 대구지법과 울산지법 판사를 지냈다. 2004년 한나라당을 통해 17대 국회에 입성했으며 재선에 성공해 18대 국회에서는 대변인과 원내수석부대표 등 요직을 두루 거쳐 한동안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되기도 했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19대 국회에서도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최경환 전 국회의원의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에 당선되는 등 중앙정치무대에서 순탄한 길을 걷는듯 했으나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박(비박근혜)계들에 대한 광역단체장 출마 압력을 받는 한 사람이 되면서 울산시장 선거에 출마, 당선이 됐다. 전통적으로 자유한국당 지지세가 강한 김 전 시장의 지역구였던 울산 남구을에는 친박계로 분류되는 박맹우 국회의원이 공천돼 무난하게 당선된 바 있다.

울산 시정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긍정적인 편이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정기적으로 조사한 시도지사 직무평가에서 상당 기간 1위를 차지했으며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까지도 1위를 차지한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 때문에 울산 지역 내에서는 김 전 시장의 재선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았다.

이같은 전망이 흔들리게 된 것은 두 가지 사건이다. 첫 번째는 김 전 시장이 국회의원 시절 '편법 후원금'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치열한 '네거티브전'이 펼쳐지게 된 점이다. 해당 의혹과 관련해 울산경찰이 김 전 시장의 시청 비서실을 압수하는가 하면 측근들에 대한 수사를 펼치면서 선거를 앞둔 '표적수사'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 전 시장 역시 당시"의혹이 사실이면 정계에서 은퇴하겠다"며 "울산경찰청의 공작 수사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행동에 굴하지 않겠다"고 강경대응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로 이어지면서 김 전 시장이 직접 참고인 조사를 받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김 전 시장은 당시 울산경찰의 하명수사가 없었다면 자신이 낙선하지 않았다며 선거 무효 취지의 헌법 소원을 내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김 전 시장에 대한 울산경찰의 수사가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결정적이지는 않았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송철호 울산시장(52.9%)과 김 전 시장(40.1%)의 득표율 차이는 12.8%포인트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할 만큼 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던 점이 반영이 됐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해도 수사기관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김 전 시장은 이날 검찰 조사를 받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건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짓밟은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며 "이 사건의 책임자가 누군지 반드시 밝혀야만 다시는 선거를 짓밟는 행위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