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수사 의혹' 김기현 검찰 출석…"몸통 밝혀내기 위해 최선"(종합)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제기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5일 참고인 자격으로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9.12.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청와대의 하명을 받은 경찰의 '표적수사'로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에 낙선했다고 주장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검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김 전 시장은 15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 전 기자들과 만나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이 부임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저에 대한 뒷조사한다는 소문이 계속 들렸다. 그러면서 청와대에서 '오더'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청와대에서 첩보 수집을 했다고 증언을 다 하지 않았느냐"며 "리스트를 만들어 보냈다는 것인데 누가 일부러 취합하지 않고 그렇게 만들어지겠느냐. 상식적으로 봐도 뻔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 전 시장은 "이번 사건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짓밟은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며 "이 사건의 책임자가 누군지 반드시 밝혀야만 다시는 선거를 짓밟는 행위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에서든 그 몸통을 밝혀내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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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민주주의 꽃 선거 짓밟은 사건…몸통 밝혀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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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시장을 변호하는 석동현 변호사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송병기 부시장이 정리해 올린 보고서 형식의 문서와 청와대가 이를 각색해 경찰청을 통해 내려보낸 문서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청와대가 내려주는 형태와 다르게 기록에 남지 않으면서 상당히 의미 있게 다루라는 형태로 문서를 내려준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김 전 시장은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는 경찰 수사 배후에 대해 짐작만 할 뿐 알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지난 여름 이후에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의 불법행위를 의심하게 하는 자료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런 상황에 대해 김 전 시장이 자신이 겪은 내용을 퍼즐 맞추듯이 진술하게 될 것 같다"면서 "검찰로서도 청와대가 어떻게 개입했는지 등의 여부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그런 상황을 세세하게 당사자인 김 전 시장의 진술을 통해 재현하고자 조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지방경찰청이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과정 등을 전반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당시 울산경찰청은 2017년 10~12월께 청와대 첩보를 전달받은 뒤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2018년 3월 김 전 시장의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 현장에 김 전 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레미콘업자가 납품할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포착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 박씨와 동생을 각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이에 검찰은 최근 김 전 시장 수사를 담당했던 당시 울산경찰청 소속 간부와 실무진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12일에는 울산경찰청 수사과장을 지낸 A 총경을 불러 수사 과정 전반을 물었다. A 총경은 청와대 특별감찰반 소속 B 행정관이 울산에 내려가 만난 인물로 지목됐다. 검찰은 A 총경과 B 행정관이 만난 경위와 대화 내용에 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총경 외에도 관련 실무진 7~8명에 대해서도 소환 통보를 했다. 이들도 다음 주 중까지 잇따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을 예정이다.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서울중앙지검직원들이 6일 오후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관련된 비위 첩보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최초로 제보한 인물로 알려진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실을 압수수색하고 압수물품을 들고 시청 로비로 나오고 있다. 2019.12.06.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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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수사'로 낙선했나…김기현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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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의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한복판에 선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판사 출신에 17~19대 국회의원을 내리 역임한 울산 지역 중진 정치인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25회 사법고시에 합격했으며 사법연수원(15기)을 수료한 후에는 대구지법과 울산지법 판사를 지냈다. 2004년 한나라당을 통해 17대 국회에 입성했으며 재선에 성공해 18대 국회에서는 대변인과 원내수석부대표 등 요직을 두루 거쳐 한동안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되기도 했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19대 국회에서도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최경환 전 국회의원의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에 당선되는 등 중앙정치무대에서 순탄한 길을 걷는듯 했으나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박(비박근혜)계들에 대한 광역단체장 출마 압력을 받는 한 사람이 되면서 울산시장 선거에 출마, 당선이 됐다. 전통적으로 자유한국당 지지세가 강한 김 전 시장의 지역구였던 울산 남구을에는 친박계로 분류되는 박맹우 국회의원이 공천돼 무난하게 당선된 바 있다.

울산 시정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긍정적인 편이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정기적으로 조사한 시도지사 직무평가에서 상당 기간 1위를 차지했으며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까지도 1위를 차지한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 때문에 울산 지역 내에서는 김 전 시장의 재선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았다.

이같은 전망이 흔들리게 된 것은 두 가지 사건이다. 첫 번째는 김 전 시장이 국회의원 시절 '편법 후원금'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치열한 '네거티브전'이 펼쳐지게 된 점이다. 해당 의혹과 관련해 울산경찰이 김 전 시장의 시청 비서실을 압수하는가 하면 측근들에 대한 수사를 펼치면서 선거를 앞둔 '표적수사'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 전 시장 역시 당시"의혹이 사실이면 정계에서 은퇴하겠다"며 "울산경찰청의 공작 수사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행동에 굴하지 않겠다"고 강경대응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로 이어지면서 김 전 시장이 직접 참고인 조사를 받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김 전 시장은 당시 울산경찰의 하명수사가 없었다면 자신이 낙선하지 않았다며 선거 무효 취지의 헌법 소원을 내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김 전 시장에 대한 울산경찰의 수사가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결정적이지는 않았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송철호 울산시장(52.9%)과 김 전 시장(40.1%)의 득표율 차이는 12.8%포인트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할 만큼 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던 점이 반영이 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오후 9시쯤까지 김 전 시장에 대한 '네거티브전'이 전개된 과정에서 청와대 관련 인사의 개입 의혹을 파악했는지 등을 주로 조사한 다음 다음날 오전 10시 김 전 시장을 다시 불러 김 전 시장의 경쟁후보인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지역 공약 등을 수립하는데 청와대측 인사가 개입한 정황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