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에 치인 카드업…정체성 혼란 저축은행

카드 가맹점 수수료에 이어 각종 ‘페이’가 신용카드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전방위적 비용절감이 필수가 된 카드업계와 달리 강력한 마케팅을 통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정부 역시 간편결제시장 확대를 천명해 카드사들의 고민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페이를 운영하는 선불전자지급수단업자들의 마케팅비용은 2018년 기준 1028억원이었다. 2014년 이후 누적 마케팅비용이 총 2185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반면 페이와 직접 경쟁하는 카드사의 체크카드는 성장이 위축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체크카드 승인금액 증가율은 2018년 3분기 9.4%, 2018년 4분기 8.0%, 2019년 1분기 6.4%, 2019년 2분기 6.4%, 2019년 3분기 6.0%였다. 지속적으로 줄었다. 승인건수 증가율 역시 2018년 3분기 10.2%에서 2019년 3분기 7.2%로 하락세였다.

‘페이’들의 이같은 행보는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카드사보다 마케팅 활동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자금융거래법의 규제를 받는다. 카드사와 동일한 규제선상에 있지 않은 것이다. 금융당국은 2018년부터 카드사들이 과도한 출혈경쟁을 벌인다며 일회성 마케팅비용을 축소하도록 유도했다. 반면 ‘페이’들의 마케팅 환경은 개선됐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내놓은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에 따라 간편결제 이용할 때 가맹점이 소비자에게 신용카드 이용하는 것보다 더 큰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여전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간편결제의 선불 충전·이용한도를 확대하고 신용카드처럼 후불결제 기능을 허용하는 방안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본인의 계좌에 있는 금액 내에서만 페이 결제가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잔액이 부족해도 신용카드처럼 페이를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카드사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마케팅을 줄여 비용절감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속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이미 지급결제 부분에서는 적자다. 이를 메우고 있는 금융(카드론·현금서비스 등)부분도 장기적으로 수익이 발생하기 어렵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이 수익에 기여하는 것도 올해가 한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들에게 고객까지 뺏기게 되면 향후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에 페이를 주도하는 핀테크업체들과의 규체 차별을 없애 달라고 호소한다. 지난해 김주현 여신금융협회 회장이 “카드업이 지급결제제도 혁신을 이끌 주요 플레이어임에도 이 같은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한 이유기도 하다.


저축은행업계의 경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크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들에 대한 영업 방식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우량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비롯해 은행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에게 신용을 공급하기 위해 설립됐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P2P(개인간거래) 금융 업체 등 새로운 영역이 등장하고 고객이 달랐던 은행까지 손을 뻗으면서 저축은행의 전통적 영업 기반이 붕괴되고 있다. 여기에 상호금융, 카드, 캐피탈, 대부업 등과도 경쟁을 하고 있는데 특히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대출 등에서는 P2P와 구별되지 않고 있다.

많은 저축은행들이 중금리 개인 신용 대출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아 나섰지만 역시 한계가 있다. 영업 구역 제한 등으로 중금리 대출 수요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은행이나 상호금융에 비해 조달금리가 높은 탓에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금리를 10% 초반대로 낮추는 것이 곤란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고금리 가계 신용 대출에 대한 규제는 또 다른 걸림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