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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 피로 젖는데…끝까지 공구 놓지 않은 태극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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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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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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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2019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가구 종목 우수상 최은영 에몬스가구 주임

최은영 에몬스가구 주임이 지난 8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가구 종목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시합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에몬스가구
최은영 에몬스가구 주임이 지난 8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가구 종목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시합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에몬스가구
지난 8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가구 종목 경기장. 나흘간 이어진 시합에서 종료 10분을 남겨 놓고 한국 국가대표 최은영 씨(21·에몬스가구)의 오른손에 피가 흘렀다. 오른손 검지손가락이 끌에 찔린 것이다. 규정상 상처 치료를 위해 작업을 바로 멈춰야 했다. 하지만 1초가 아까운 상황인 그는 재빨리 장갑으로 상처를 가렸다. 최 씨는 장갑이 피에 젖어가는 가운데 막판 스퍼트를 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시합 과제물인 장식장에 피가 묻지 않게 마지막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기능올림픽만 바라보고 달린 5년의 시간이 마침표를 찍었다.

최 씨의 최종 성적은 4~5등에게 주어지는 우수상. 마지막 실수만 없었다면 메달이 충분히 가능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았다. 시합 도중 다친 상처는 4시간 동안 출혈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꽤 깊었다. 하지만 최 씨의 부상 투혼은 이후 국가대표팀 사이에 화제가 됐다. 지난 12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카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을 초청해 가진 만찬에서 메달리스트 외에 특별히 가구 종목 최초의 여성 국가대표인 최 씨를 호명하며 "부상에도 노력해줘서 고맙다"고 치하했을 정도다.


지난 18일 인천 에몬스가구 본사를 찾아 최 씨의 남다른 가구 사랑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최 씨는 친구 따라 강남 갔다 가구에 빠진 케이스다. 그는 '집은 짓는 게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란 책 문구에 꽂혀 특성화고 건축과에 진학했다. 처음엔 건축 도면을 제작하는 캐드 프로그램 반을 희망했지만, 친구를 따라 가구 반에 들어갔다.

최은영 에몬스가구 주임이 지난 8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대회를 앞두고 호주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에몬스가구
최은영 에몬스가구 주임이 지난 8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대회를 앞두고 호주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에몬스가구

정작 흥미를 가진 쪽은 최 씨였다. 1학년 13명 중 친구를 포함한 10명이 중도에 가구 반에서 나갔다. 아침 8시 등교 후 저녁 10시까지 이어지는 작업을 견디지 못했다. 최 씨 역시 키보다 큰 판재와 거친 공기계를 다루는 가구 반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가구를 보면 예쁘고 뿌듯했다. 그 기분이 좋았다.

2016년 2학년이 되자마자 대회에 출전했다. 서울 지방대회에서 3위에 오른 후 전국대회까지 나갔다. 최 씨는 어딜 가나 유일한 여성 선수였다. 시합 과제인 캣타워를 만들던 중 큰 실수를 했다. 순위는 6위에 그쳤다. 당시 한 심사위원이 "앞으로 오차범위를 염두에 두지 말고 주어진 치수에 딱 맞게 작업하라"고 조언했다. 최 씨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더 엄격하게 수련하라는 가르침이었다.

3학년이 된 최 주임은 펄펄 날았다. 지방대회를 순조롭게 통과하고 전국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기능올림픽까지 남은 관문은 이듬해 말 치를 국가대표 선발전 하나였다. 졸업 후 모교 조교로 일하면서 선발전을 준비, 2개년도 전국대회 1·2위 4명이 겨루는 '왕중왕전'에서 1등을 차지했다. 이렇게 가구 종목 최초로 여성 국가대표가 탄생했다.

최은영 에몬스가구 주임이 지난 8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가구 종목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시합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에몬스가구
최은영 에몬스가구 주임이 지난 8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가구 종목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시합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에몬스가구

최 씨는 지난 2월 말부터 기능올림픽판 태릉선수촌인 한국산업인력공단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에서 합숙훈련에 돌입했다. 운동 선수처럼 오전 6시30분 운동장 10바퀴 달리기로 하루를 시작했다. 점심 식사 후 1시간 휴식도 긴장을 유지하기 위해 작업장에서 보냈다. 지난 4월엔 2015년부터 기능올림픽 출전 선수를 뽑고 있는 에몬스가구에 정식 사원으로 채용됐다. 기능올림픽 가구 종목엔 32개국 국가대표가 출전했다. 국제대회에서도 여성은 스위스 선수와 함께 단 두 명이었다.

최 씨는 한국에 돌아와 바닥부터 시작하고 있다. 에몬스가구 전시장에서 영업사원으로 활동 중인 그는 "고객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가구를 구매하는지, 시장성 있는 제품은 무엇인지 알아가는 중"이라며 "앞으로 디자인을 배워 최은영표 가구를 만들고 국제대회에 출전할 친구들에게 도움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 씨는 여성 최초란 타이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여성으로서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힘듦은 성별이 아닌 개인 차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은영 에몬스가구 주임이 지난 18일 인천 에몬스가구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사진=박경담 기자
최은영 에몬스가구 주임이 지난 18일 인천 에몬스가구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사진=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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