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우리는 어쩌다 '부동산공화국'이 됐나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세계적으로 거의 꼴찌다. 원인으론 긴 근로시간, 높은 사교육비, 과도한 내집 마련 부담 등이 거론되지만 전문가들은 여기에다 또다른 특성을 추가한다. 한국 사회의 쏠림현상, 즉 획일화되고 단일화된 가치관이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저출산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가고 대학은 오로지 SKY를 가야 하고, 집은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에 마련해야 하는 등의 지나친 쏠림 때문에 과도한 경쟁이 유발되고 젊은 부부들이 아이 낳을 생각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저출산 대책에 관한 한 백약이 무효인 것처럼 부동산 안정대책도 그렇게 가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출범이래 18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이번 12·16대책에서는 시가 15억원 이상 고가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을 금지하기까지 이르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아파트가격이 비정상이고, 부동산시장은 버블이며, 분명히 폭락한다”고 말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수많은 규제와 대책을 뚫고 서울 아파트 가격이 40% 이상 폭등할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대책에 대해서도 시장에서는 강남 아파트처럼 고가주택의 경우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겠지만 대출규제가 없는 9억원 이하 아파트나 규제를 받지 않는 수도권 아파트들은 오히려 급등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2·16대책을 발표하면서 필요하다면 내년 상반기에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경우 공급확대와 관련된 것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치권은 물론 많은 전문가도 공급대책, 특히 서울 외곽이 아닌 강남 등 수요가 몰리는 서울 중심부에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연 그럴까. 단적으로 강남 등 서울시내 주요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를 풀어 아파트 공급을 크게 늘리면 시장이 안정될까. 박원순 서울시장은 공급을 늘려도 소수에게 돌아가는 게 문제라고 반박한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도 현재와 같은 여건에서 주택공급을 늘리는 것은 다주택자의 보유주택만 늘리게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주택은 500만채 가까이 늘었는데 비해 주택소유자는 절반인 240만명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만큼 다주택자만 늘었다는 것이다.
　
진보정권이라는 문재인정부의 장·차관들도 3분의1이 강남에 집을 소유했다. 문재인정부는 고위 공직자들에 대해 다주택자인 경우 1채만 남기고 처분할 것을 요구하지만 강남이나 서울 요지의 집을 팔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직 못봤다.
　
아무리 강력한 안정화 정책을 쓰더라도, 아무리 출산율이 세계 최저고 인구가 줄기 시작하더라도 서울에 그것도 강남으로만 몰리고, 고위 공직자부터 사회초년병에 이르기까지 서울·강남 입성이 삶의 목표가 되는 한 정책은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거기에다 유튜브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온갖 부동산 관련 정보가 공유되고 정부대책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들이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남녀노소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전국민이 부동산으로, 강남과 서울로 몰리는 현실에서 과연 어떤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 사회가 점점 더 ‘부동산공화국’이 되고, ‘강남공화국’이 되며 사는 지역에 따라 일종의 계급이 형성되는 사회 양극화가 가속화한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그 모순을 일거에 폭발적 형태로 해소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런 날이 올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