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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검찰과 공수처는 어디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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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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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아세안게임이 처음 열렸던 1986년 10월. ‘대영제국’으로 불렸던 영국에서는 그제서야 국립검찰청(Crown Prosecution Service, CPS)이 설립됐다.

2002년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끝난 다음해 영국에선 형사사법법(Criminal Justice Act2003)이 제정돼 경찰과 공유하던 소추권을 검찰만이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됐다. 1895년 갑오개혁 때 일본 제도를 받아들였던 우리나라의 124년 검찰역사와 대조적이다.

영국 검찰청의 뒤늦은 출범은 권력 지형 변화의 산물이다.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상징적 군주로서 존재하는 영국은 오랜 기간 경찰국가로서 경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했으나, 그 폐해가 커지면서 프랑스보다 약 180년 늦게 국립검찰청을 설립했다.

전제군주국이나 독재국가에서는 왕권이나 독재자가 곧 입법, 행정, 사법의 중심체였고, 시민들은 피지배의 대상에 불과했다. 경찰이 모든 시민을 감시하고 통제해 왕권을 안정화시키는 정체(政體)였다.

근대검찰은 이 왕권에 대한 도전의 산물이다. 프랑스 루이16세가 궁핍해진 국가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귀족과 성직자에게도 세금을 부과하려 하자 이들이 반발했다. 밥그릇을 빼앗기는 귀족이 왕권에 도전하면서 전제군주국가의 시스템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1789년 프랑스 시민혁명 이후 1808년 나폴레옹 집권기에 형사소송법이 만들어졌고, 프랑스 검찰이 시작됐다.

시민권력이 강해져 스스로를 변호하기 위해 법률전문가인 변호인을 두자, 재판에 나서야 하는 왕이나 통치자를 대신할 법률전문가인 검찰을 둔 게 시발점이다. 결국 왕에게만 있던 권력이 귀족에 이어, 시민으로 이전되는 권력이동의 결과물로서 정권의 대리자인 검찰이 생긴 것이다.

이 프랑스의 검찰 제도가 독일에 영향을 미치고, 독일과 동맹을 맺은 일본으로, 그리고 일제 강점기 한국으로 이어져 온 것이 오늘날 우리 검찰의 모습이다.
검찰이라는 이름은 같더라도 각국마다 그 성장 배경이나 타고난 DNA가 달라 어느 것이 반드시 옳고, 어느 것이 그르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우리 검찰의 힘이 강해진 것도 우리 역사의 산물이다. 일제강점기 독립군을 잡아들였던 ‘순사’의 이미지가 강했던 고등경찰의 권한을 해방 이후 줄이자는 여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반대로 군사정권 시절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검찰의 힘이 커진 게 사실이다.

프랑스는 수사판사(예심판사)가 있다든지, 영국 검찰이 기소권을 이제야 가졌다거나, 독일 검찰이 수사권은 있지만, 검찰수사관이 없어 경찰이 수사를 한다든지, 미국 지방검찰청장은 시민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다든지 하는 차이를 굳이 말하고 싶지는 않다.

어느 것이든 국민을 대신해 권력을 잡은 위정자들과 그들에 의해 임명된 사람들이 지켜야 할 가치는 같기 때문이다. 그 가치는 자신들의 밥그릇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이며, 전체 국민의 이익이다. 시스템은 그 뒤의 문제다.

검찰의 과도한 권력집중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이 30일 국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 27시간 동안 이어진 필리버스터 과정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의 목소리는 정반대였지만 공통점 하나는 발견했다. 국민들로부터 통제받지 않는 절대권력이 자라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여당은 그 절대권력을 ‘검찰’로 봤고, 야당은 ‘공수처’로 본 게 차이다.

19세기 말 영국의 정치인이자 역사가인 액턴 경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말했다. 2020년을 바로 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검찰 권력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데 국민의 약 70%가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공수처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권력임에는 분명하고, 향후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 역할을 다할 날이 올 것이다. 권력의 순환 속성상 그렇다. 영국이 프랑스보다 180년 뒤에 국립검찰청을 설립한 것처럼. 이런 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 오래 살아남는 방법은 그 권력의 뿌리인 국민만 보는 것이다.
오동희 부국장 겸 사회부장.
오동희 부국장 겸 사회부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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