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부 능선 넘은 SKB·티브로드 합병…과기부는 어떤 조건 달았나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태광그룹 케이블TV 계열사 티브로드간 인수합병(M&A)이 9부 능선을 넘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합병 승인을 내줬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기자

SK텔레콤 (51,000원 ▼100 -0.20%)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태광그룹 케이블TV 계열사 티브로드간 인수합병(M&A)이 9부 능선을 넘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합병 승인을 내줬다.

인수 조건도 대체로 무난했다. SK텔레콤 이동통신 서비스와의 결합상품을 티브로드 외 다른 케이블TV 사업자들도 동등하게 팔 수 있도록 하고, 초고속인터넷 커버리지(대상지역)를 확대하라는 조건이다. 또 유선통신과 케이블TV 간 결합상품의 경우 이용자가 합병일로부터 3년이내에 신규 가입할 경우 결합을 해지할 때 할인 반환금(위약금)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과기정통부는 30일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한다고 밝혔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양사합병을 조건부로 인가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5월부터 공정위와 별도로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합병에 대한 인가 및 심사를 진행했다. 이미 기업결합을 승인한 공정위와의 사전협의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전문가 및 자문 심사위원회 심사 등을 거쳤으며, 조건부 승인을 전제로 양사의 합병이 적격으로 판단했다.

과기정통부는 양사 합병을 '적격'하다고 판단하면서도 결합상품을 다른 케이블TV사업자도 동등하게 팔 수 있도록 하고, 결합상품 할인 반환금(위약금)도 폐지할 것을 승인 조건으로 부과했다.


양사 합병시 SK텔레콤 계열 결합상품 경쟁력이 강화돼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SK텔레콤 망을 빌려쓰는 알뜰폰 사업자들에게도 SK텔레콤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과 동등한 조건의 유무선 결합상품을 제공하도록 했다.

또 티브로드 유선방송(SO) 가입자를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결합상품으로 전환하도록 부당하게 강요·유인하거나, 경품을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홍진배 통신정책관은 "티브로드 가입자 311만명 가운데 256만명은 케이블TV만 보고 있는 가입자"라며 "이들이 집중 마케팅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다른 이통사와 동등한 조건의 마케팅이 이뤄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은 CJ헬로를 인수했던 LG유플러스와 비슷한 수준의 인수조건들이다. 다만 방송 분야에선 IPTV가 SO를 합병하는 첫 사례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IPTV와 SO간 회계 분리, IPTV와 SO간 서비스 차별방지, 콘텐츠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의 조건을 더 부과됐다.

정부 승인 절차가 아직 하나 더 남았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정부 승인과정이 다 끝난 건 아니다. 지분만 인수하는 LG유플러스-CJ헬로 인수 사례와는 달리 기업 합병의 경우 방통위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방송법에 따라 양사의 합병 심사 결과에 대한 사전동의를 방통위에 요청할 예정이다. 방통위의 의견을 반영해 변경허가에 대한 조건 등 상세한 심사 결과를 공개하게 된다.

방통위는 외부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통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사전동의 심사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SO의 공적 책임과 지역성, 조직 운영을 사업자가 바뀌어도 얼마나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가가 주요 심사 대상이다. 1000점 만점을 기준으로 650점 이상 획득시 사전 동의할 계획이다. 필요시 방통위도 합병에 따른 조건 부과 등도 검토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에 대한 정부의 최종 결정은 내년 초나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