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처럼, 대화나누듯, 디지털로..재계 시무식도 '세대 교체'

현대자동차그룹은 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0년 신년회를 개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새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젊은 재계 총수들로 세대교체가 속속 이뤄지면서 올해 대기업 시무식 풍경도 확 달라졌다.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훈시하듯 이뤄졌던 과거 시무식과 달리 보다 수평적 소통을 강조하는 형식으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시무식을 벗어나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한층 효율성을 높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신년회를 주재하면서 형식부터 내용까지 큰 변화를 줬다.

20분간 간결하게 이어진 신년회에서 '군대식 기업 문화'로 유명했던 과거 이미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제 신년회는 자유로운 복장으로 리더와의 목표를 편안하게 공유하는 '이벤트'로 성격이 달라졌다.

과거 현대차그룹 시무식은 단상 위의 주요 경영진들이 나란히 앉아 임직원들을 내려다 보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정 수석부회장은 영화관 같은 대형 스크린의 화려한 디지털 영상을 배경으로, 홀로 '무대'위에 올라 대화하듯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10분 동안 신년 메시지를 전하며 정 수석부회장은 시나리오에 없던 '애드리브'도 던졌다. 그는 "새해 첫날 떡국은 잘 드셨는가"라며 현장 분위기를 녹였다. 신년사를 마친 뒤엔 "일어나 서로 악수하면서 새해를 시작하자"고 제안하며 "이게 다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라고 소통을 강조했다.

한 현대차그룹 직원은 "과거 딱딱했던 시무식의 핵심은 '새해 판매 목표' 제시였다"면서 "업무 목표 수치는 별도 공시로 대체하고 신년회는 공감과 수평적 소통을 중시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뀐 듯 해 신선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신년사 없는' 파격 신년회를 열었다. 최태원 SK (162,000원 ▲1,300 +0.81%)그룹 회장은 신년사 대신 다양한 이해 관계자 인터뷰, 특별 초청 이해 관계자 대표들의 현장 발언, 신입사원을 포함한 구성원들 간 대담 등으로 신년회를 꾸몄다.

LG그룹은 새해 시무식을 스마트폰과 PC 등을 이용한 디지털 방식으로 바꿨다. 25만 명의 전세계 임직원에게 구광모 ㈜LG 회장의 신년사 디지털 영상을 담은 이메일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강당 등에서 일부 임직원이 모여서 하던 오프라인 방식 시무식을 온라인으로 옮긴 것이다. LG그룹 관계자는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임직원 모두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MZ세대는 1980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Z세대를 합친 신조어다. LG그룹의 이런 변화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실용적인 경영 방식을 추구하는 구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지난해까지 로비에서 임원들이 모여 손경식 회장과 함께 시무식을 진행했던 CJ그룹도 이날 사내 방송을 통해서만 신년사를 전 세계 임직원들에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가 실리 중심 경영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보이는 추세"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