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2020 화두는 '미래개척·도전·상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초청 신년 합동 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올해 경영 최우선 화두로 미래개척을 내걸었다. 급변하는 미래산업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실행 의지를 강하게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생과 고객중심, 혁신, 도전도 공통적인 신년 키워드로 꼽힌다. 국내외 경제불안과 경영 불확실성 확대라는 위기 속에서 4차 산업혁명 본격화로 빠르게 재편되는 글로벌 시장의 기회를 잡기 위한 재계의 고민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역사는 만들어가는 것"…정도경영·상생 강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새해 첫 경영행보로 화성 반도체사업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일 새해 첫 경영행보로 화성 반도체사업장을 방문해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며 "역사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해달라"며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인 2015년부터 계열사별로 대표이사 명의 신년사를 내왔지만 올해는 이 부회장이 일찌감치 현장 경영행보에 나서면서 화두를 던졌다. 특히 이 부회장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자는 주문과 함께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폐기해달라고 언급한 것은 최근 이 그룹 경영진이 처한 재판 리스크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준법·정도경영에 대한 이 부회장의 의지가 담겼다는 풀이다.

이 부회장은 사회적 화두이자 지난해 11월 창립 50주년 기념 메시지에서 강조했던 동반성장과 상생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우리 이웃,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임을 명심하자"고 당부했다.


"앉아서 검토하기보다…" 도전적 실행을 동력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새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주재한 시무식에서 "새해를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며 향후 5년 동안 10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투자 규모가 현대차그룹이 기존에 내놓은 것보다 40%가량 더 많다.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등 체질 개선에 대한 정 수석부회장의 구상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정 수석부회장은 "외부의 다양한 역량을 수용하는 개방형 혁신을 추진하겠다", "조직의 단순한 일원이 아니라 스타트업의 창업가와 같은 창의적 사고와 도전적 실행을 해달라"는 당부도 내놨다. "모든 변화와 혁신의 노력은 최종적으로 고객을 위한 것이고 회사의 성장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행복"이라며 고객 우선주의도 전면에 내세웠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기존의 강당형 시무식을 대신한 신년 영상 메시지에서 '고객'과 '실행'을 강조했다. 6분 남짓한 영상에서 '고객'이라는 단어가 23차례, '실천·실행·시도·도전'이 6차례 나왔다.

구 회장은 "이것 하나만큼은 가슴에 새겨달라"며 "항상 고객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바로 실행하는 실천"이라고 말했다. 이어 "앉아서 검토만 하기보다는 방향이 보이면 일단 도전하고 시도해야 한다"며 "안되는 이유를 100가지 찾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해야 하는 이유 한 가지를 위해 바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회장 취임 3년차를 맞아 시장 중심의 속도감 있는 혁신을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해관계자 목소리로 사회적 가치 재강조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20년 SK 그룹 신년회에서 구성원 대표들이 행복을 주제로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SK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고객', '공감', '게임체인저'를 내세웠다. 신 회장은 "고객과의 지속적인 공감을 통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며 "기존 사업분야에 얽매일 필요 없이 선제적으로 혁신하고 시장을 리드하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적어도 10년 후 미래 전략사업 분야에서 대체불가한 세계적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달성해야 한다"며 "올 한해는 일류 한화의 선도 지위와 미래 가치를 확보해 새로운 10년의 도약을 준비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GS그룹 신임 회장으로 취임해 처음으로 시무식을 주재한 허태수 회장은 스탠딩 토크 방식의 행사에서 "디지털 역량과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를 많이 확보하고 육성해 달라"며 그룹의 미래동력으로 디지털 전환을 강조했다.

SK그룹은 신년사 없는 파격 신년회를 열었다. 최태원 회장의 신년사 대신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로 평소 행복과 딥체인지(근원적 변화)를 강조해온 최 회장의 화두를 고객, 사회와 함께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소셜벤처 지원사업을 하는 '루트 임팩트' 허재형 대표, 안정호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SK텔레콤 사외이사), 전북 군산의 지역공동체 활동가 조권능씨 등이 사회적 가치에 힘을 싣는 현장 발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