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당할뻔한 고객 세번이나 막아낸 증권사 직원

20.01.03 윤영미 차장 피플 인터뷰 / 사진=강민석 인턴기자 mspohoto94@

창구에서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고객을 보고 보이스피싱을 의심, 여러 차례 피해를 막아낸 직원이 있다. 이 직원이 막아낸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만 1억원이 넘는다. 윤영미 NH투자증권 청담WM지점 차장 얘기다.

윤 차장이 막아낸 보이스피싱은 모두 3건이다. 피해자들은 모두 창구에 찾아와 자신이 맡겨놓은 돈을 한꺼번에 찾으려 했다. 윤 차장은 그들의 평소와 다른 모습이나 불안해하는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처음 사건은 80이 가까운 할아버지였다.


"원래 지점에 자주 오시던 분이었는데 그날따라 행동이 어색하시더군요. 잔고 전액인 4000만원을 출금해야 한다고 하시길래 인사를 드리고 편하게 해드렸더니 금융감독원 얘기를 꺼내시더군요. '전화를 끊지 말라고 했다'며 굉장히 불안해하셨는데 저 믿으시고 일단 전화부터 끊으시라고 했어요."

처음에는 우체국, 그다음에는 경찰관, 이후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수법에 할아버지의 노후자금은 한꺼번에 날아갈 뻔했다. 윤 차장은 할아버지의 평소와 다른 모습을 놓치지 않고 피해를 막았다.

두 번째 사건은 70대 할머니였다. 불안한 얼굴로 찾아와 2000만원을 대출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재산이 상당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윤 차장은 이상함을 느끼고 할머니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할머니의 딸에게서 "대출을 한다고 나가셨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전화가 왔다. 윤 차장은 할머니에게 다가가 "혹시 금감원 직원분과 통화 중이세요?"라고 물었다.


할머니는 깜짝 놀랐다. 윤 차장이 '전화를 끊어야 한다'고 말하자 할머니는 화장실로 뛰어가 문을 걸어 잠궜다. 할머니의 불안함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윤 차장은 할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화장실 문 앞에서 '금감원은 대출을 유도하지 않는다', '우리를 못믿겠으면 경찰을 불러드리겠다'고 설득했다.

윤 차장은 "10분쯤 뒤에 할머니가 나오셨는데 다리가 풀려 걷지를 못했다"며 "송금하라고 했던 은행 쪽에도 전화를 해 조치를 취하고 딸을 불러 집으로 모셔가도록 했다"고 회상했다.

세 번째 사건 피해자는 30대 여성 A씨였다. 달뜬 표정으로 창구로 온 A씨는 "지금 수표로 4160만원을 출금 해야한다"고 했다. 평범하지 않은 표정에 윤 차장은 워낙 거액이라 불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체를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출입구 쪽을 바라보더니 자기 말을 번복하기 시작했다.

"보이스피싱 하는 사람들은 우선 금융기관 직원들을 믿지 말라고 세뇌합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들은 A씨가 돈을 인출해 이체하지 않으면 대포통장 명의를 빌려준데 대한 피의자가 될 수 있다고 속은 상황이었어요. A씨는 무려 3시간 동안 그들과 통화를 하고 왔더군요. 제 말은 통하지 않아 경찰을 불러드리겠다고 했어요. 경찰이 오니 엉엉 울면서 주저앉더군요."

이 모든 사건은 윤 차장의 눈썰미로 잡아낸 것들이다. 평소와 다른 고객의 사소한 태도를 간과하지 않고 1억원이 넘는 돈이 범죄자들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았다. 이로 인해 회사에서는 두 차례 우수직원으로 뽑혔고 금감원으로부터는 증권회사 최초로 보이스피싱 예방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최근 윤 차장은 업무직을 놓고 영업으로 선회했지만 영업직에 있으면서도 교육을 다니며 직원들에게 보이스피싱 예방하는 방법 등을 전달하고 있다. 그는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인다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들을 주시했던 것 같다"며 "영업직으로 옮겼지만 내 경험을 통해 다른 직원들도 고객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