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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슈퍼맨'에 대한 위험한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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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우 경제평론가
  • 2020.01.08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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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신드롬'이란 게 있다. 엄청난 힘을 가진 존재가 세상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막아줄 거라는 믿음이다.
 
지금 세상이 기대하는 슈퍼맨은 둘이다. 하나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으로 대표되는 선진국 중앙은행 대표들.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11년 동안 세계 경제가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에 의지해 커왔고 몇 번의 추가 위기 상황도 금리인하로 극복한 만큼 중앙은행이 만사를 잘 처리할 것이란 믿음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또다른 슈퍼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차 미중 무역협상이 미국의 승리로 끝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미국의 힘을 새삼 깨달았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걸 보면서 당분간 세계 경제는 미국의 의중대로 굴러갈 거라 믿게 됐다. 
 
슈퍼맨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까. 연준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 깊어진 건 1990년대부터다. 그전에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렸다 다시 10% 밑으로 내리는 등 종잡을 수 없게 행동해 능력을 의심받고 있었다. 인식이 바뀐 건 1985년부터다. 미국 경제가 확장을 거듭하면서 연준이 금리를 통해 과열과 침체를 잘 조절해왔다고 사람들이 믿게 됐다.
 
경제가 잘 풀릴 때는 정책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아도 상황이 잘 관리된다. 문제는 경제가 나쁠 때인데 호황기보다 훨씬 강한 정책을 내놓아도 경제는 중앙은행이 의도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전임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왜 버블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냐고 현직 벤 버냉키 의장을 비난했다. 정작 문제를 만든 건 9·11테러 이후 기준금리를 1.0%까지 무리하게 끌어내린 본인이었는데 그 사실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이 사실만 봐도 연준은 슈퍼맨이 아닌 것 같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연준의 능력이 시험받는 기간이 될 것이다. 주식에서 부동산까지 자산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지난해 7월 3차 금융완화 조치를 통해 새로운 유동성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이전만큼 효과가 나온다면 덜하겠지만 효과가 없을 경우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 능력이 사라진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믿음은 선거와 연결돼 있다. 올해 미국에서 대통령선거가 있는 만큼 경제가 나빠지지 않게 방어할 것이고, 그 덕분에 지난해에 이어 자산가격도 상승세를 유지할 거라 믿고 있다. 세상에 어떤 집권당도 선거에서 패해 정권을 내주려는 곳은 없다. 따라서 가지고 있는 힘을 총동원해 경제를 끌어올리고 주가를 방어하려 한다. 
 
시도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2000년 미국은 대선을 치렀다. 집권 민주당에서 앨 고어 부통령이 후보로 나왔는데 IT(정보기술) 기반 확충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할아버지가 미국의 고속도로망을 완성한 것처럼 자신도 정보망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IT산업의 안정적 성장이 필수였는데 선거전이 본격화하기 전에 IT 버블 붕괴가 일어났다. 2008년은 더했다. 선거를 석 달 앞둔 시점에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집권 공화당 입장에선 선거를 치르기 힘들 정도로 코너에 몰릴 수밖에 없었지만 위기를 막지 못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안 되는 일은 어떻게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올해 세계 경제의 위험으로 선진국, 특히 미국의 자산가격 버블을 드는 사람이 많다. 가격이 한계에 부딪쳐 무너지기 시작하면 미국 자산시장에 문제가 생기고 그 위험이 우리 경제에 전해진다는 그림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걱정이 슈퍼맨에 대한 환상을 만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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