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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의 걸작’이 되기 위해 만나는 ‘우연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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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 2020.01.08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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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미술관 ‘뜻밖의 발견, 세렌디피티’ 전시 오는 4월 25일까지…21명 작가의 76점 작품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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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래 작가. 천년-소나무 2019-15. /사진=김고금평 기자
메일 아트 창시자 레이 존슨은 작품을 우편으로 전달할 때 그 효용성의 가치를 ‘우연히’ 발견했다. 작품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달되며 응용됐고 더 많은 사람이 알아봤다.

치과 의사 프랜시스 힉스는 우연히 7만 5000점에 이르는 전구와 전구 관련 물품을 모아 지하실 개인 박물관에 소장했다. 무료로 초대받은 사람들은 70년에 걸쳐 모은 그의 진귀품을 볼 수 있었다.

우연의 발견은 어느 한순간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때론 필연의 걸작으로 연결된다. 특히 예술가들이 가진 예민한 오감이 투영하는 ‘우연’은 좀 남다를 듯하다.

여기 21명의 예술가들이 ‘뜻밖의 발견’을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또 다른 감각으로 구축했다. 전보다 더 깊어지고 넓어진 세계와의 조우랄까.

사비나미술관이 준비한 신년특별기획전 ‘뜻밖의 발견, 세렌디피티’는 이들 예술가들이 창작에 영감을 준 최초의 이미지를 발견한 생생한 순간을 실행으로 옮겨 창의적 성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함명수 작가. 'Alive' 캔버스에 유채, 240×300cm, 2019(왼쪽),  'Pistol' 캔버스에 유채 112.1×162.2cm, 2008. /사진=김고금평 기자<br />
함명수 작가. 'Alive' 캔버스에 유채, 240×300cm, 2019(왼쪽), 'Pistol' 캔버스에 유채 112.1×162.2cm, 2008. /사진=김고금평 기자

손봉채 작가는 소위 ‘커닝페이퍼’를 우연히 보다 예술작품으로 연결했다. 2000년 대학 강사 시절, 시험감독을 맡은 작가는 학생의 커닝페이퍼를 압수하다 OHP 필름 잔상이 지닌 입체 효과를 발견하면서 입체회화의 길로 나섰다. 일상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 우리가 모르게 쌓아온 사연과 시간,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을 입체를 통해 표현한 작품들은 그의 ‘대표작’이 됐다.

10년 전 몽골에 방문했다가 우연히 마을의 수호신으로 추앙받는 야생 산양을 발견한 성동훈 작가는 산양에서 과거와 현재의 만남, 진실과 거짓의 가치를 이입했다. 이를 위해 청화백자와 전근대 동전 등 '원형'의 재료를 이용해 산양의 몸과 뿔을 만들었다.

1996년 미국 뉴욕 유학 시절, 상업용 영화필름을 우연히 발견한 김범수 작가는 필름에 담긴 다양한 색감과 영상 속 인물들의 미묘한 변화에 영감을 얻어 조형적 시각언어로 재탄생시켰다.

성둥훈 작가. 산할아버지 스테인레스스틸, 동, 청화백자, 130×60×180cm, 2016. /사진=김고금평 기자<br />
성둥훈 작가. 산할아버지 스테인레스스틸, 동, 청화백자, 130×60×180cm, 2016. /사진=김고금평 기자

‘소나무 작가’로 유명한 이길래 작가는 2001년 고속도로 화물차에 적재된 동파이프를 우연히 목격한 뒤 이를 생명의 상징인 세포로 상징화했다. 언뜻 소나무 색상과 비슷한 색감은 용접으로 이어붙인 타원형 파이프 테두리와 맞물려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이 배어있다.

어릴 때 어머니가 만들어준 계란 프라이의 강렬한 시각과 후각의 경험을 꽃으로 형상화한 최현주 작가의 작품, 창밖에 흐르는 구름에서 회화의 3대 요소를 발견하고 ‘구름 전문가’로 태어난 강운 작가의 작품도 뜻밖의 발견이 낳은 예술 세계다.

발견을 창조물로 변형시킨 76점이 필연의 걸작이 될 운명인지는 미지수다. 다만 미학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오는 4월 25일까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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