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겨울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잔이요"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 '얼죽코'(얼어죽어도 코트)의 정석을 보여준 AOA 설현/사진=뉴스1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콜드브루 한 잔 주세요. 테이크 아웃이요."


서울 낮기온이 영상 5도에 이르는 등 포근한 겨울날씨가 이어지면서 '얼죽아', '얼죽코'족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음료와 코트를 고집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한겨울에 아이스아메리카노, 얼음컵이 불티나게 팔리는 매출 기현상도 벌어졌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겨울 스타벅스에서는 아이스와 핫음료 판매 비중이 50대 50으로 동일하다. 지난 겨울엔 아이스음료 비중이 40%로 핫음료에 못미쳤다. 11~12월 아이스음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이디야커피에서도 지난달 아이스아메리카노 판매가 두드러졌다.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 늘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한겨울인데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은 여름? 온장고 대신 냉동고 문 열렸다

계절감 잃은 편의점 매출 기현상/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편의점 고객들도 계절을 잊었다. 온장고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 반면 냉동고 문은 잦게 열렸다. CU에서는 온장고 대표 아이템 꿀물 판매가 이번 겨울 들어 전년 대비 3.9% 증가한 데 불과했지만 얼음컵은 10배 이상인 39.9% 늘었다. 아이스크림, 아이스드링크 판매도 15.8%, 28.7% 증가했다. 한겨울에 한여름 상품 판매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또다른 편의점 GS25의 사정도 비슷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6일까지 매출을 살펴보면 가장 눈에 띄는 신장률을 보인 건 아이스컵이었다. 아이스컵 매출은 전년 같은기간보다 65.3% 급증했다. 빙과류 상품은 8.5%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그런가하면 겨울의 상징 핫팩 판매는 급감했다.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손에 꼽히다보니 CU 핫팩 매출은 전년보다 20.1% 줄었다. CU 관계자는 "겨울 상품 중 계절감을 맛보기 좋은 호빵, 군고구마 매출만 상대적으로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호빵, 군고구마 매출은 각각 21.4%, 69.4% 늘었다.

봄 같은 겨울, 얼죽코는 '신이나 신이나'

방탄소년단(BTS) 뷔가 지난달 인천공항 출국길에서 코트 패션을 선보인 모습./사진=임성균 기자

롱패딩이 대세였던 2017년~2018년 외면받았던 코트도 다시 제철을 맞았다. 무신사스토어에서는 11월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코트 판매가 전년 같은기간보다 158% 늘었다. 롯데백화점 11~12월 매출을 보면 롱패딩 위주의 아웃도어는 1.9% 줄어든 반면 코트 위주의 여성 패션은 3.3% 증가했다.

브랜드별로 살펴봐도 코트 판매가 두드러졌다. 스튜디오톰보이에서는 이번 겨울 들어 코트 매출이 53% 늘었다. 보브에서는 특히 숏코트가 인기였다. 전년대비 매출 신장률은 75%로 나타났다.

아예 봄 신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얼죽코'족도 생겨났다. 구호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가죽 재킷, 원피스, 니트 등 봄 상품 판매가 전년 같은기간보다 50% 이상 늘었다. 르베이지에서는 숏패딩, 스웨터 등 매출이 지난 겨울보다 20%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포근한 겨울날씨가 소비 패턴을 바꿔놨다"며 "커피숍에서는 여름철 선보인 콜드브루 메뉴를 계속해서 판매하고 패션 브랜드들은 봄 신상품을 앞당겨 출시하는 식으로 대응에 나섰다"고 말했다.

아이스커피 이미지컷/사진=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