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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cm에 50kg, 어떤가요?"…'스펙'이 된 신체사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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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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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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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키 165cm에 몸무게 51kg 입니다. 스펙은 이래도 날씬하거나 마른 느낌이 전혀 없어요. 허벅지 엉덩이 보면 스모선수 같아요. 온몸이 지방덩어린데…. 여기서 얼마나 더 빼야 민소매 입을 수 있을까요?"

"OO(여자가수) 키랑 몸무게가 어떻게 될까요? 저랑 키가 비슷한 것 같은데…. 저도 저런 원피스 핏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한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인 직장인 K씨(32).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눈쌀이 찌푸려진다. 외모 강박을 느끼게 하는 글이 많아서다. K씨는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몸무게 등 외모에 집착하는 이들이 있다. 누가 봐도 안 뚱뚱한 몸무겐데 '나 돼지다' 써놓은 거 보면 한숨 나온다"고 말했다.

SNS(사회연결망서비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게시된 '강박글'이 보는 이들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다.

강박은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사로잡혀 심리적으로 심하게 압박을 느끼는 것을 뜻한다. 강박글은 이러한 심리가 그대로 담긴 글을 지칭한다.

강박글의 주로 '외모'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자신의 키에 적당한 혹은 예뻐보이는 몸무게를 묻거나, 키와 몸무게를 적어두고 '뚱뚱하다' '돼지같다'고 비하하는 등의 내용이다.

여초 커뮤니티를 자주 이용하는 대학원생 J씨(29)는 "글 작성자가 본인 사진을 올리고 '키·몸무게가 얼마나 될 것 같냐' '살 얼마나 빼야될 것 같냐' 고 묻기도 한다"며 "그런 글들을 보면 대부분 날씬하거나 보통 체중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상체비만이다, 체지방률 높다 등의 이유를 대며 한탄"고 설명했다.
커뮤니티 '스펙' 글들/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커뮤니티 '스펙' 글들/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이런 이들에게 키와 몸무게 등은 '스펙'(Spec)이 된다. 스펙은 본래 직장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학력, 학점, 토익 점수 등을 이르는 말이지만, 외모 강박을 느끼는 이들에겐 신체 조건까지 스펙이 되는 것. 말 그대로 '외모가 스펙'인 셈이다.

'스펙'은 특히 승무원 취업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서 많이 쓰인다. 승무원 지망생들은 "스펙 평가 부탁드린다" "스펙 좀 봐달라"며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공유하곤 한다.

이에 대해 직장인 G씨(27)는 "사람의 나이나 학벌, 대외활동 경력이 스펙이라고 불리는 것도 안타까운데, 몸에 대한 수치마저 스펙이라고 부르게 된 현실이 참담하게 느껴진다"며 "더 무서운 건 강박글을 보다보니 누군가 '너 스펙은 어떻게 돼?'라고 물으면 키랑 몸무게 혹은 옷사이즈라는 답변을 떠올리게 된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외모는 물론 '나이'도 강박글의 주제가 된다. "벌써 반오십(25살)인데 어떡하냐" "서른인데 이런 옷 입어도 되냐"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같은 강박글이 불편한 이유는 나이, 신체조건 등의 기준을 보는 이들에게도 강요하는 듯해서다. 한 누리꾼은 "164cm에 53kg인데 내 몸에 만족하고 산다. 그런데 강박글, 스펙글을 볼 때마다 순간적으로 '아 살을 더 빼야 하나?' '내가 남들 눈에는 뚱뚱하게 보이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강박글이 작성자에게도, 보는 이들에게도 정신적 부담을 준다고 지적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강박글을 쓰는 사람들은 '그정도면 날씬하다'라고 말해도 듣지 않는다. 자신이 만든 이상향에만 몰두한다"라며 "문제는 이런 글들이 많아질수록 보는 이들도 비정상을 정상이라 생각하게 해 외모지상주의가 더 심각해진다는 것 "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간은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나 생각을 보면서 내가 정상인가 판단하게 되는데, 많은 이들이 강박글처럼 잘못된 기준을 따르는 걸 보면 그걸 정상이라고 여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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