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한반도평화 난항에 이란 변수까지..운신의 폭 고심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올해 첫 국무회의에 앞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2020.01.07. [email protected]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신년사에서 남북간 '작은 실천'이라도 추진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이에 새해 남북관계 변화가 주목되지만 낙관하기 어려운 조건이 중첩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줄곧 우리정부에 냉랭한 태도로 일관했다. 설상가상 미국과 이란의 충돌과 중동 정세가 대북 접근에 제약 요인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남북관계는 아쉬움 그 자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신년사에서 현재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인고의 시간"이라 규정했다. 이어 "우리 정부 들어 평화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2017년까지 한반도에 드리웠던 전쟁의 먹구름이 물러가고 평화가 성큼 다가왔다"며 "그러나 지난 1년간 남북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대화가 본격화되면서 남과 북 모두 북미대화를 앞세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북미대화가 성공하면 남북협력의 문이 더 빠르게 더 활짝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비·기로, 희망 가졌지만 결론은


북핵협상과 남북관계를 보는 문 대통령 시각은 용어 선택에 그대로 반영돼 왔다. 문 대통령은 8월 광복절 경축사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간 실무협상에 대해 "아마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달 뒤, 10월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반도는 지금 항구적 평화로 가기 위한, 마지막 고비를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5일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지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구축을 위한 프로세스가 중요한 기로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비"와 "기로"에 큰 차이가 없다 해도, 결론을 맺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이에 대한 평가는 "아쉬움"이다. 기대에서 실망으로 뚜렷한 차이다. 메시지 수위를 고심한 끝에 내린 결론은 남북끼리 할 수 있는 일은 하자는 것이다. 남북관계와 북미 대화를 한층 냉정하게 보는 가운데서도 진전을 위해 찾아낸 방안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국민들의 기대에 못미친 이유를 되짚어보며 한 걸음이든 반 걸음이든 끊임없이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북미대화의 동력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美 VS 이란 충돌, 한반도 영향

이런 구상이 먹혀들기엔 부정적인 조건이 적잖다. 북한은 지난해 이후 국영매체 등을 통해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를 줄곧 비난했다. 비무장지대(DMZ)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추진, 도쿄올림픽 남북 단일팀 등 문 대통령 제안에 손을 잡을지 미지수다.

또 대북제안이라도 미국과 공조를 거쳐야 하는 게 현실이다. 문 대통령이 2일 신년인사회에서 밝힌 남북간 "운신의 폭"을 넓히기가 쉽지않다. 이와 관련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8일 "북미대화가 교착이기 때문에 제쳐놓고 남북(관계)을 견인하겠다는 게 아니라 북미와 동시에 남북 협력도 이뤄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도 주목된다. 미국은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알 쿠드스' 사령관이자 군부실세인 카셈 솔레이마니를 드론 공습으로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장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후폭풍도 가져올 수 있다.

북한이 여전히 비핵화 의지가 있고, 그 대가를 얼마나 비싸게 받을 수 있느냐는 '가격협상'을 원한다면 비핵화 여지는 있다. 반대로 김정은 위원장 등의 체제불안감이 가중되면 협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 '북핵의 값'이 급등하는 셈이다.

미국-이란 충돌은 우리 교민의 안전 확보, 이란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 등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는 외교안보적 도전과제로도 이어졌다.

대통령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가진 강연 및 간담회에서 "(미국이) 이란에서는 분쟁 확대를 막으려고 할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는 북한에 대해서도 강한 응징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며 "(북미간) 악화된 현상 유지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