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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어느 공공기관장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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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영호 기자
  • 2020.0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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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한해 8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한 공공기관의 기관장은 얼마 전 시무식을 지금은 폐교한 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진행했다. 여기에 설립될 기업가정신 교육센터를 축원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한다.

이 학교 교정에는 구인회 LG, 이병철 삼성, 조홍제 효성 창업주들이 심은 '부자 소나무'가 있다. 모두 이 학교를 나온 동문들이다. 기관장은 부자 소나무 옆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소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기관장이 나온 초등학교는 '진주'가 아닌 '전주'에 있다. 그가 2007년 창업해 키운 저비용항공사(LCC)는 '기업가정신'보다 '기업 매각'이 더 이슈다. 여러모로 한국 경제의 한 획을 그은 대기업 창업주의 식수와 어울리지 않는 행사였다.

항공사를 경영하다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그는 20대에서 당내 경선조차 넘지 못했다. 현역 의원이 경선에서 패하는 것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결국 이 지역구는 호남임에도 불구하고 보수정당 후보에 넘어갔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케이스였다.

지난달에는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기관장이 재임 기간 출판기념회를 연 것도 이례적이다. 출마가 예정된 다른 공공기관장도 출판기념회 직전에 사표 수리로 논란을 피했다. 정치권에선 출판기념회를 국회의원 출마를 공식화하는 일종의 출정식으로 본다.

그가 출간한 책의 제목은 '공정'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관장은 지명부터 불공정 논란이 불거졌다. 기관에 어울리지 않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었다. 이후에도 계속됐다. 첫 기자간담회를 그의 전 지역구에서 열어 의심을 샀고 이후에도 이 지역에서의 활동이 많아 불편한 시선이 상당했다. 공공기관을 개인의 영달을 위해 활용한다는 비판이었다.

내부에서도 말이 나온다. 부당한 업무지시와 이행하지 않으면 불공정한 인사를 냈다고 주장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마이웨이'다. 이사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을 많이 했으니 대통령님이 빨리 놓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임기를 3개월 앞두고 사표를 제출했다. 21대 국회의원 출마를 위한 수순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여론 눈치를 보는 듯하다. 공천 하나하나에 당 지지도가 오르내리는 민감한 시기다.

그는 조만간 퇴임식을 갖고 화려한 정치권 복귀를 공식화할 것이다. 그가 만약 선출직 공무원이 되고 싶다면 자신을 향한 비판이 왜 나왔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스스로 착각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국민의 대표라는 옷은 민심을 제대로 읽는 사람에게 더 어울리는 법이다.
[우보세]어느 공공기관장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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