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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허경영식 복지와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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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영권 경제부장
  • 2020.01.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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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부 기자로 국회를 출입할 때다. 당시 정치권 최대 화두는 경제민주화였다. 19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시민단체 출신 의원들은 금산분리 강화,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 경제민주화 법안을 의욕적으로 발의했다. 그들에게는 큰 산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이었다. 추진하려던 정책 대부분이 심 의원에 의해 이미 제안됐던 내용이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심 의원의 정책집 자체가 ‘싱크탱크’나 다름없었다.

2007년 심 의원이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로 나서 내놨던 공약만 봐도 알 수 있다. △대부업 최고 금리 40% 이하로 인하 △전월세 인상률 연 5%로 제한 △사회서비스 영역 100만개 정규직 일자리 창출 △파견제도 근절 및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등은 시대를 앞서가는 정책이었고, 이후 차근차근 현실화됐다.

그런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최근 청년기초자산제도를 21대 총선 공약 1호로 발표했다. 만 20세 청년에게 국가가 3000만원씩 지급하고, 양육시설 퇴소자 등에게는 5000만원을 준다는 내용이다. 이번에 선거권을 갖게 된 18세들이 혹할 만한 공약이다.

청년기초자산제를 위해서는 연간 18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재원은 충분할까. 정의당은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증여세를 인상하고 부유세를 도입하면 된다고 했다.

2018년 기준으로 종부세 1조7801억원, 상속세 2조1696억원, 증여세 3조9823억원이 걷혔다. 채 8조원이 안된다. 10조원을 더 걷어야 한다.

이미 소득세율은 최고 40%에 달하고, 그런 소득세를 낸 뒤 형성한 재산을 물려줄 때는 최대 50%를 세금으로 낸다. 지금도 중견기업인들에게는 상증세가 가업 상속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생산수단을 빼앗아가버리는 중세의 ‘사망세’ 정도로 인식된다.

세율을 높이고, 세목을 추가한다면 담세자 입장에서는 주세나 담뱃세처럼 ‘죄악세’로 받아들일 것이다. 고소득자, 부자들이 아닌 서민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경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의 삶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듯, 부자증세의 부담이 부자들에게만 한정된다는 법이 없다. 조세 부담 전가는 차치하고 소득 추구 행위, 치부 행위가 음주나 흡연처럼 죄악으로 간주될 경우 경제행위의 의욕을 꺾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심 대표의 공약을 단순한 포퓰리즘으로 넘어갈 수 없는 것이, ‘1막에서 등장한 총은 3막에서 반드시 발사된다’는 체호프의 법칙처럼 과거 그가 언급한 정책은 시간을 두고 현실화한 게 많았기 때문이다. 잘못된 구조를 바꾸기보다, 노인과 신혼부부 등에게 수천만원 내지 1억원씩 쥐어주자고 일찌감치 얘기했던 했던 허경영 식의 복지는 더 확산될 것이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3000만원을 받으면 어디에 쓸까. 최근 이뤄진 20,30대 대상 설문조사에서 올해 ‘올해 공무원 시험을 볼 것’이라는 응답이 44.4%에 달할 정도로 우리 시대 청년들의 꿈은 공무원이다. 다른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무원 시험 준비 준비생들은 월평균 116만원을 지출했다. 합격 소요 시간은 최대 2년으로, 2784만원이 든다. 청년자산으로 지급하겠다고 하는 3000만원과 얼추 비슷하다.

청년들에게 공무원 시험 준비 비용을 대주는 것보다 지금도 계속 되풀이되는 '송파 세모녀'의 비극을 막기 위해 진짜 약자를 위한 복지를 촘촘히 하는 게 더 시급하다. 청년들에게는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게 하고, 그런 일자리를 바로 찾을 수 있게 경제를 튼튼히 하는 게 책임있는 정치다.
[광화문]허경영식 복지와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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