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거판'에서 '19금' 딱지 뗀 17세 그녀

2018년 3월 국회 앞에서 "만 18세 선거권"을 요구하며 삭발 후 텐트 농성을 했던 김윤송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활동가(17).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고 밝게 웃는 김양 뒤로 스크린에 삭발 당시 사진이 띄워져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교실의 정치화'요? 고3이 혼란스럽다고요? 18살 중에 혼란스러운 사람 아무도 없어요"


김윤송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활동가(17)는 '18세 선거 허용'에 우려를 보내는 일부 시선에 당당하게 말했다. '교복 투표'를 반대해온 야당 국회의원을 향해서는 "당장 50만 청소년들 표심 살 전략이 없는 본인들이 혼란스러운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선거연령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14일 공포된다. 당장 오는 4월15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에서 '18살' 53여만명이 투표권을 갖는다.

김양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지켜보며 청소년 인권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5년 중학교 1학년 1학기 때 자퇴했다. 우등반에 배정돼 수업을 듣는데 반 아이들이 학원에서 다 배웠다고 해 선생님이 한 단원을 통째 건너뛰는 것을 보고 자퇴를 결심했다. 2년 뒤 중3 나이에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김양은 "친구가 청소년쉼터에서 지내는데 예산부족을 이유로 생활이 불안정하다"며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이 많다"고 전했다. 검정고시로 학업을 마친 김양은 '거리의 사회학자'를 진로로 정했다. 그리고 18세 선거권 운동에 뛰어들어 5년만에 성과를 냈다.


아쉽게도 늦은 생일 탓에 총선일 만 17세인 김양은 직접 투표를 할 순 없지만 또래 친구들은 올봄 '벚꽃 선거'를 유권자로 맞게 됐다.

김양은 불과 2년 전 봄 '텐트 농성'을 할 때만 해도 이를 확신할 수 없었다고 한다. 2018년 3월 김양은 국회 앞에 텐트를 치고 43일을 버텼다. 김양은 벚꽃이 폈는데 눈이 내리고, 우박도 내리던 유독 혼돈스러웠던 봄으로 기억했다. 그 눈과 우박을 삭발머리로 맞았다.

기성정치인과 강성노조의 전유물로 비칠 수 있는 삭발을 택한 이유를 묻자 "우리도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양은 "어리면 귀엽게 애교부리며 '아~선거권 주세요'해야하나 의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양은 국회의원 300명 의원실도 돌았다. 한 야당 의원은 분명 방에서 잠든 모습을 봤는데도 비서들이 "안 계신다"고 해 만나지 못했다.

김양은 "청소년 인권 운동할 때마다 '너희는 표가 없다'고 무시받았다"며 "이제는 표가 생겼으니 청소년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늉이라도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입시정책, 교육감 후보에서부터 '학교밖·가정밖 청소년'을 위한 제도에 '18살' 표심이 쏠릴 것이라 봤다.

선거철마다 후보들이 전통시장에 들러 어르신들 손을 잡듯 이제 등하굣길 학생 유권자 손을 잡을 것 같다고 하자 김 양은 "정말 고대하던 풍경"이라고 화답했다.

현직 의원을 향해서는 "청소년 유권자에 귀기울이라" 당부했다. 김양은 "청소년 참정권 홍보 뱃지를 달았던 한 의원이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이제 뱃지 하나를 뗀다'고 하더라"며 "아직 그 뱃지 뗄 때가 아니고 청소년 참정권 운동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