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불타고 있는데… 獨 지멘스, 탄광 개발 계속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지난해 3월 호주 시드니에서 퀸즐랜드 카마이클 광산에 대한 아다니그룹의 개발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사진=AFP

10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지멘스 본사 앞에서 호주 아다니 탄광 개발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루이자 노이바우어 환경운동가가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독일 기업 지멘스가 호주 거대 탄광 개발을 지속하기로 하면서 환경 단체의 거센 항의에 직면했다. 특히 호주가 지난해 9월 시작된 산불로 황폐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변화의 주범인 ‘석탄’을 채굴하는 건 “변명 여지가 없는 실수”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12일(현지시간) 조 캐저 지멘스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이사회 회의를 한 결과 우리는 호주 카마이클 탄광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계약 이행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회사는 ‘지속가능성’ 위원회를 설립하고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마이클 석탄광은 호주 퀸즐랜드에 있는 광산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인도계 대기업 아다니그룹이 이 지역에 대한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지멘스는 프로젝트에 1800만 유로(210억 원)를 투자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5개의 지하광산과 6개 노천광장 등을 건설되고 연 최대 6000만 톤의 석탄을 채굴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국가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 제로(0)’ 정책을 추진 중인 것과 상반되는 행보다.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 채굴 외에도 석탄을 운반하는 과정에서의 막대한 물 소비, 야생동물 서식지와 세계에서 가장 큰 산호초 지대 그레이트배리어리프 파괴 등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집중됐다.

이날 캐저 CEO의 회의 결과 발표 직후 루이자 노이바우어 ‘미래를 위한 금요일’ 소속 환경운동가는 “지멘스의 결정은 치명적인 실수”라며 “우리는 캐저에게 프로젝트를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하라고 요청했으나 그는 ‘재앙적인 프로젝트’로 이익보기를 택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3월 호주 시드니에서 퀸즐랜드 카마이클 광산에 대한 아다니그룹의 개발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사진=AFP

앞서 지난 주말 독일에서는 지멘스의 프로젝트 계획 폐기를 요구하는 시위가 있었다. 글로벌 환경보호단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과 ‘멸종 반란’은 뮌헨의 지멘스 본사 앞을 포함 독일 전역 12개 도시에서 ‘탄광 개발’ 반대 시위를 열었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시위에 참여했다.

한편 호주에서는 지난 9월 뉴사우스웨일즈주 인근에서 시작된 산불이 전역으로 번져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산불로 우리나라 면적에 63%에 해당하는 지역이 불에 탔고, 코알라 등 야생동물 5억~10억 마리가 죽었다. 전문가들은 호주 산불 원인을 기후변화로 꼽았고,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이번 산불사태와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