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록 쓰는 美 증시, 월가 성과급은 흑역사?

/사진=로이터.

2009년 금융위기에 막대한 성과급을 챙겨 지탄을 받은 월가가 이제는 성과급 규모를 줄이고 있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월가의 고급인력조차 로봇에 대체되면서 보너스 문화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8년 월가의 평균 성과급은 15만3700달러(1억7700만원)로 전년대비 17% 하락했다. 2015년 이후 꾸준히 성장하다가 3년 만에 하락세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성과급 규모가 점점 줄면서 결국 성과급 문화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크리스 퍼브스 UBS 전략개발연구소 소장은 "스스로가 자신의 운명(투자 결과)을 책임지는 시대는 끝났다"면서 "이제 (증권 거래는) 팀 스포츠다. 보너스 문화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펀드매니저 개인의 역량에 따라 투자 결과도 달라졌다면, 이제는 통계 기반 기술로 무장한 로봇·플랫폼이 투자 결정을 내린다. 이에 따라 한 명에게 막대한 성과급을 안길 이유가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에는 펀드매니저에 의존하는 '액티브 투자'보다는 로봇이 운영해 수수료가 저렴한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투자'가 각광을 받고 있다.

20년 경력의 펀드매니저 팀 홀은 "누가 좋은 트레이더인지 예전에는 구분하기 쉬웠다"면서 "이제는 (증권)거래 자체가 간단한 상품이 되면서 기존 트레이더들이 플랫폼과 로봇, 다른 종류의 능력을 갖춘 이들에게 대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월가는 실제로 IT인재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 JP모간체이스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에게 증권 거래 허가증을 부여했으며, 시티그룹도 올해 2500명의 프로그래머를 고용할 예정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미 지난 수년간 자사 증권 거래 부문에서 프로그래머 영입에 집중해왔다.

자산운용사 야누스 헨더슨도 지난해 5월 수십 년 경력의 펀드매니저 두 명을 통계·데이터 전문 인력 4명으로 대체했다.

UBS의 퍼브스 소장도 "기존 증권거래 지식이 없어 이를 까먹을 필요도 없는 이들이 최고의 신규 채용 후보자"라면서 "컴퓨터 공학 기술은 갖췄지만 은행 관련 지식은 없는 팀 플레이어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펀드매니저 등 기존 금융계 일자리는 10년 안에 20만개가 사라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030년대 중반에는 금융계 종사자의 3분의 1이 직장을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르코 로페즈 드 프라도 코넬대 교수는 "금융·보험업계 종사자 610만명 중 상당수가 로봇에 대체되기보다는 로봇과 협업하는 방법을 몰라 해고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