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경기장 떠나니 0-24에서 41-24로, '직관=필패' KC 팬의 기막힌 사연 [댄 김의 NFL 산책]

스타뉴스
  •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2020.01.14 15:47
  • 글자크기조절
  • 댓글···
에릭 피셔(왼쪽) 등 캔자스시티 선수들이 휴스턴에 역전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에릭 피셔(왼쪽) 등 캔자스시티 선수들이 휴스턴에 역전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많은 관심을 모으는 빅게임이 있을 때마다 자신이 경기를 지켜보면 응원 팀이 진다면서 일부러 경기를 보지 않는다는 사람들을 종종 봤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피식 웃음이 나오긴 했지만 사실 필자도 과거에 그렇게 느낀 경험을 한 것이 여러 번 있었기에 “나도 그런 적 있다”라고 맞장구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주가 나를 중심으로 해서 돌아가지 않는 이상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실제로 비슷한 일을 몇 번 경험하다 보니 속으론 은근히 걱정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미국에도 많은 모양이다. 특히 지난 주말 미국프로풋볼(NFL) 플레이오프에서 한 미국인 팬의 경우는 스토리가 하도 리얼하고 절실해 졸지에 유명인사가 됐고 그의 사연은 ESPN에까지 보도됐다. 찰스 펜이라는 캔자스시티 칩스의 한 ‘슈퍼 팬’ 이야기다. 그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펜의 사연은 지난 2013시즌 와일드카드 라운드 플레이오프 경기부터 시작된다. 당시 캔자스시티는 홈에서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와 혈전 끝에 44-45로 패해 탈락했고 그 경기를 현장에서 본 것에서부터 펜의 징크스가 본격 시작됐다. 이후 그가 직접 경기장을 찾은 캔자스시티 경기마다 팀이 지는 일이 반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펜은 지난해 캔자스시티의 플레이오프 디비전 라운드 경기는 집에서 봤고 캔자스시티는 그 경기에서 낙승을 거뒀다. 승리에 고무된 그는 캔자스시티가 슈퍼보울에 가는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의 AFC 결승전 때 직접 경기장을 찾았으나 캔자스시티는 오버타임 끝에 패해 징크스의 악몽을 되살렸다.

펜은 “이 경기 1쿼터 도중 내가 경기장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찰스, 당장 경기장에서 나와’라고 말했지만 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우리가 이길 거야. 괜찮아’라고 했다. 그런데 오버타임 끝에 졌다”고 털어놨다.

캔자스시티의 열성 팬인 찰스 펜. /사진=펜 SNS 캡처
캔자스시티의 열성 팬인 찰스 펜. /사진=펜 SNS 캡처
그리고 올해에도 고민은 되풀이됐다. 그는 지난 주말 안방인 캔자스시티 애로헤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휴스턴 텍산스와의 플레이오프 경기도 집에서 TV로 보겠다고 결심했지만 경기가 다가올수록 직접 보고 싶다는 욕구가 너무도 강렬해졌다. 결국 마지막 순간에 참지 못하고 입장권 판매사이트 스텁헙(StubHub)을 통해 258달러(약 33만원)라는 큰 돈을 지불하고 티켓 한 장을 샀다. 캔자스시티가 이길 것으로 예상됐던 경기였기에 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경기장에 나타났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경기는 캔자스시티 입장에서 시작부터 끔찍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휴스턴은 1쿼터 첫 공격에서 쿼터백 드숀 왓슨의 54야드 터치다운 패스로 일찌감치 7-0 리드를 잡았고 캔자스시티는 이어진 첫 공격에서 단 하나의 퍼스트다운도 얻지 못한 채 펀트를 시도했으나 그 펀트마저 블록당해 리턴 터치다운을 얻어맞고 졸지에 0-14로 뒤졌다.

그리고 1쿼터 막판엔 펀트 리턴맨이 볼을 잡다 놓치는 바람에 또 하나의 터치다운을 허용, 점수는 0-21까지 벌어졌다. 휴스턴은 2쿼터 초반 필드골까지 보태 24-0으로 앞서가며 승리를 예약한 듯했다.

두려워하던 악몽이 현실로 나타나자 펜은 일찌감치 “이것은 나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1쿼터 종료 후 바로 좌석에서 일어나 경기장을 떠나는 동영상을 찍어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경기장을 나서며 “도저히 안 되겠어요. 내가 나가야만 합니다. 그게 (우리 팀의) 유일한 희망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펜이 경기장을 떠나자 캔자스시티는 거짓말처럼 달라졌다. 연속으로 무려 41점을 뽑아내 0-24로 뒤지던 경기를 단숨에 41-24로 역전시켰고 결국 51-31로 낙승을 거뒀다.

펜은 ESPN과 인터뷰에서 “경기가 시작 직후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느꼈다”면서 “결국 난 그들을 위해 비즈니스 차원의 결정을 내려야 했다. 내가 아니라 캔자스시티를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역사가 됐다. 그들은 해냈다”고 기뻐했다.

캔사스시티가 역전승을 거두고 그가 경기장을 떠나는 트위터 비디오가 큰 화제가 되면서 펜은 지역방송은 물론 ESPN에까지 출연했고 졸지에 유명인사가 됐다. 그리고 그는 이번 주말에 벌어지는 테네시 타이탄스와의 AFC 결승에선 아예 딴 생각하지 않고 집에서 얌전히 혼자서 TV를 볼 예정이다.

캔자스시티의 패트릭 마홈스.  /AFPBBNews=뉴스1
캔자스시티의 패트릭 마홈스. /AFPBBNews=뉴스1
펜의 스토리는 이미 캔자스시티 선수들에게도 잘 알려졌다. 스타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는 경기 후 '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 경기는 꼭 집에서 봐요”라고 답해 폭소를 자아냈다. 펜 역시 마홈스의 대답을 듣고 웃으며 “너무도 무례하군요”이라고 농담으로 트위터로 응수했고 이에 대해 마홈스는 “당신의 ‘희생’에 감사한다”고 답했다.

펜은 “그가 나에게 희생에 감사한다고 했을 때 기분이 좋았다”면서 “팻(마홈스)이 집에 있으라면 집에 있어야 한다. 그는 캡틴이고 리그 MVP다. 당연히 그의 말을 들을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아도 몇 년 전 와일드카드 게임에서 테네시에 진 것 때문에 아직도 겁이 난다”고 말했다.

캔자스시티는 이번 승리로 6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그들이 당한 마지막 패배는 지난 11월10일(현지시간)로 두 달 전의 일이다. 캔자스시티에 마지막으로 패배를 안겨준 팀은 테네시 타이탄스. 바로 이번 주말 AFC 결승에서 만날 상대이자 이번 포스트시즌의 최고 신데렐라로 떠오른 돌풍의 팀이다. 펜으로선 이번 주말에도 얌전히 집에서 TV로 응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찰스 펜의 사연을 소개한 ESPN 기사.  /사진=ESPN 캡처
찰스 펜의 사연을 소개한 ESPN 기사. /사진=ESPN 캡처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퀴즈 이벤트
머투맨 the 유튜브가이드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