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석탄의존 뜯어고치면 코알라는 숨쉴까

호주에서 난 산불이 5개월째 지속하고 있다. 산불은 국토면적 5분의 1을 태우고, 야생동물 5억 마리 이상을 삼켰다. 그런데 이번 화재는 생태계뿐 아니라 호주의 경제구조도 바꿔놓을 전망이다. 시민들과 전문가들은 '석탄 수출'에 의존하는 호주 경제구조를 뜯어고쳐야 할 때라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호주 산불과 관련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로이터

전문가들은 이번 호주 산불의 원인이 극심한 가뭄과 이상고온이라고 보고 있다.


호주 기상청의 2018 기후상태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평균기온은 1910년 이래 1℃ 이상 상승했다. 대륙 전체가 '열이 오른' 상태다. 지난해 12월 호주 북부에는 폭우가 내렸고, 대다수 인구가 사는 남동쪽에는 가뭄이 극심해졌다. 12월 평균기온은 41℃였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가속하면서 지금 같은 호주 산불이 매년 반복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면서 호주가 산불에 취약한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국립공공과학센터(CPAS)는 호주 대륙이 가열되면서 21세기 말쯤엔 평균기온이 50도에 달하리라 예상했다.

호주 탄광/사진=AFP

이에 시민들은 탄광 개발을 멈추고 석탄 수출·소비를 줄일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산불이 시작된 이후 호주 전역에서 학생과 시민, 환경운동가들이 스콧 모리슨 총리 등 정치권에게 기후변화에 대응할 정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며 시위 중이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멸종 반란' 등 글로벌 환경단체들도 전 세계 도시에서 시위를 열고 가세했다.


국제사회도 호주 정부를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5)에 참석한 대표단은 파리협약 이행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국가로 호주를 꼽았다. 호주 정부는 2012년 탄소세를 도입했다가 2년 만에 “경제에 제동 건다”며 폐지하기도 했다.

호주 정부가 국내외 비난에도 '석탄'을 쉽게 놓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호주는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이자, 1인당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이다. 호주는 매년 400억 달러(40조 원)어치의 석탄을 수출한다.

또 석탄은 저렴한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2017년 기준 호주에서 사용되는 전력 47%가 석탄발전소에서 생산됐다.

게다가 탄광업은 호주 노동자 30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모리슨 총리가 지난해 11월 “나는 수백 수천 명의 호주인을 실업자로 만들면서까지 우리의 전통 산업을 내치지 않겠다"고 주장한 이유다.

불타고 있는 호주 들판과 그 앞을 지나는 캥거루/사진=로이터

그러나 기후변화는 자연재해를 부르고, 이번 산불처럼 재해는 극심한 경제적 피해로 돌아온다. NYT는 이번 산불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30억~44억 호주달러(3조2000억 원)로 추산했다. 호주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92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관광산업도 타격 입을 걸로 봤다.

존 코너 호주 탄소거래협회 회장은 “2020년은 호주에 기회의 해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장기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고, 우리는 파리협약 아래서 탄소배출을 줄여나갈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산불과 기후변화 연관성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호주 시민들의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일 호주 전역에서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모여 “모리슨은 물러나라”고 외쳤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설문에서 호주인 61%가 '경제적 손실을 보더라도 석탄 사용을 줄일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