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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사외이사 차라리 정부가 뽑아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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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준환 기자
  • 김사무엘 기자
  • 2020.01.1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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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박탈이 결정되며 총회가 끝난 뒤 총회 의장인 우기홍 대표이사가 총회장을 떠나고 있다. 2019.3.27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법무부가 1년 유예하기로 했던 ‘사외이사 임기 6년 제한’이 담긴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당장 올해부터 강행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이 아우성이다. 코앞인 3월 주주총회를 준비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사외이사 대란’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5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사외이사 재직 연한 제한으로 올해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자를 영입해야 하는 상장사는 최소 566곳(코스피 233곳·코스닥 333곳)으로 교체대상 사외이사는 718명(코스피 311명·코스닥 407명)에 달한다.

이들은 이번에 임기가 6년으로 제한(사외이사로 근무했던 계열사까지 포함해 총 9년)된다.

이에 따라 2020년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이 필요한 12월 결산 상장사는 936곳, 1432명이다. 사외이사 교체 수요가 발생한 회사 60%가 연임 제한 규정을 적용받는다는 얘기다. '금융사지배구조법'에 의해 사외이사 재직 연한을 적용받는 금융업종은 제외한 수치다.



상장사 566곳, 올해 당장 사외이사 718명 교체해야



파행적 주총을 막겠다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은 현실적으로 여러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가장 큰 것은 역시 사외이사 문제인데 임기제한 시행 시점이 오락가락하면서 상장사들이 준비할 시기를 놓쳤다.

상장기업들은 모두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데 특히 사외이사 교체수요가 크게 늘어난 코스닥이 문제다. 12월 결산 상장사의 전체 사외이사 규모는 약 4000명이고 이 중 코스피 311명, 코스닥 407명이 '6년 임기제한'에 걸린다.

김종선 코스닥협회 전무는 "코스닥 기업들은 생각보다 인력난이 심각하다"며 "코스피 대기업의 경우 본사가 수도권에 있는 경우가 많지만 지방의 기업들은 직원 뿐 아니라 임원을 영입하는 것도 어려운데 사외이사는 인재풀이 더 작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사외이사 인력난 심각…거래처 지점장이 사외이사 하기도



기업들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난다. 코스닥 A사 임원은 "올해 초 경남 양산에 있는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를 내부에서 선임하려 했으나, 외부에서 영입해야 했다"며 "계열사 임원들이 현지부임을 곤란해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연봉과 숙소를 비롯해 상당한 비용을 더해야 했는데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 교체도 당장 고민이 된다"며 "현지에는 인력 풀이 충분치 않아 인근 부산에서 후보자를 찾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코스닥 업체 B사 대표는 "인력풀이 충분한 대기업에 비해 우리는 사외이사 한 명을 뽑을 때도 상당한 고생을 한다"며 "실력과 업계 노하우를 겸비해 회사 경영에 조언을 해 주고, 실제 사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외이사 근무연수 제한의 정책 취지는 이해하지만 우리 같은 중소기업 입장에선 오랜 기간 우리의 사업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사외이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며 "차라리 정부가 각 협회와 상의해 인재풀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국내에서 상장사들이 사외이사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인력풀 자체가 작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시장이 크고 상장 회사들도 많아 업계에서 경력이 오래된 전문가들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사외이사가 전문성이 있으니 독립성도 보장된다. 하지만 국내 사정은 다르다. 시장 자체가 작다보니 그 안에서 전문성 있는 인력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시장 지배력이 몇몇 기업에 집중돼 있어 대기업 집단 몇개가 상장사 상당수를 갖고 있는 구조"라며 "그 몇개 기업집단에서 사외이사 나눠먹기를 하면 남는 건 교수 뿐"이라고 지적했다.



"사외이사 임기제한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규제"



박한성 상장회사협의회 선임연구원은 "사외이사의 임기를 제한하는 규제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에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를 뽑으라 하는데 상장기업을 이해하고 의견을 제시하려면 사외이사로 몇 년은 근무해야 한다"며 "6년 정도면 업무 파악하는 정도이고, 오래 근무한 사외이사가 다른 경쟁업체로 갈 수 있다는 점도 회사의 리스크"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이번에는 사외이사 결격사유(세금체납, 개인회생 및 파산) 등을 기업들이 검증해야 하는데, 이는 개인정보법 등 각종 법과 상충할 소지가 있고 후보자가 고지하지 않는 한 기업들이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치가 오히려 "사외이사의 품질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 충원이 다급해진 기업들의 수요가 몰리다 보면 인력의 질이 떨어질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단기 알바처럼 짧게 이름만 올리고 떠나는 철새형 사외이사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방의 코스닥 C사는 지난해 사외이사 후보였던 대학교수가 서울로 부임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대표이사가 거래하는 증권사 지점장을 사외이사로 앉히기도 했다.

코스닥협회의 김 전무는 "사외이사 제도와 관련한 현실을 생각하면 이번 상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문제가 너무 많다"며 "예컨대 자산이나 매출규모가 2조원 이상인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거나 중소기업 예외규정을 두는 등 운용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외이사 문제 외에도 주총과 관련해서 문제가 많은데 시행이 1년 유예되긴 했으나 주총 공고를 앞당기면서 사업보고서,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이 너무 촉박하게 되는 문제도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결과 주총개최가 늦어지면 명목주주(주주 명부에는 있으나 주총 전에 주식을 팔아 소유주식이 없는 주주)들이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며 "지난해 도입한 전자증권 제도를 활용해 명목주주 대신 실질주주가 주총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반드시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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