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미뤄지는 강남 세곡 임대아파트, 왜?

서울 세곡 국민임대주택단지 예정지구 2공구 위치도

서울 강남에 공급키로 한 국민임대주택 공급이 늦어지고 있다. 사업 시행자인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는 행복주택을 지으려 했지만 인근 주민들과 갈등이 빚어지며 사업이 수년째 멈춰있다. 당초 해당 부지는 중학교 용지였는데 교육청이 학생 수요 부족을 이유로 학교 설립을 승인하지 않자 주택용지로 변경하면서 갈등이 발생한 것.

주민들은 해당 용지에 학교가 지어져야 하지만 여건이 안 된다면 주택과 함께 부족한 편의시설이라도 지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편의시설 운영주체인 강남구청이 부담해야 할 예산인데, SH공사와 서울시는 올 여름쯤엔 관련 사업계획이 정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용지→행복주택 160가구로 계획 변경… 주민 청원 이어져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SH공사는 최근 서울 세곡 국민임대주택단지예정지구 지정 변경 및 실시계획 변경 승인을 받았다. 강남구 세곡동 192번지인 2공구(1만2067.6㎡)의 사업기간이 당초 지난해 말에서 올해 말로 연장된 때문이다.


2공구 사업은 지난해에도 1년 연장됐는데 또 미뤄진 것이다. 세곡지구 지정이 2005년이었고 1공구 사업이 2012년 말 준공승인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사업 진행이 매우 더딘 셈이다.

사업 지연 이유는 당초 계획과 달라 겪는 갈등이다. 2005년 세곡1지구가 국민임대주택지구로 지정될 당시 중학교 용지로 계획됐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수용계획인구가 더 많은 인근 강남보금자리지구에 중학교를 건립하는 것이 낫다고 보고 해당 부지엔 중학교 설립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후 해당 부지에 강남구가 외국인 학교 유치를 검토했으나 예산 문제로 실현되지 못했다.
이에 SH는 2011년 해당 용지를 주택건설용지로 변경하고 지하 1층~지상 8층 5개동 규모의 행복주택 90가구와 공공분양주택 70가구, 총 160가구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2016년 서울시로부터 주택건설사업 승인도 받았다.

학교가 들어설 예정이던 땅에 행복주택이 계획되자 주민들은 민원을 넣었다. 학교가 있어야 하지만 학생 수가 부족하다면 지역에서 부족한 편의시설을 함께 지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인근 주민은 "리엔파크 분양가에 학교부지에 따른 비용도 포함돼 있었는데 중학교가 생기지 않아 자녀가 멀리 학교를 다니고 있다"며 "지역 내 편의시설이 부족하다고 청원해 서울시와 SH가 이를 수용하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주민들 편의시설 요구에 강남구 등은 난감… 올 타당성용역·협의 후 조성계획 확정 전망

세곡지구 내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 머니투데이DB

문제는 예산이다. 주민편의시설이 생기면 운영주체는 강남구가 된다. 공공용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산이 한정적이라 주민들의 요구를 쉽게 수용하기 어렵다는 게 강남구청 입장이다. 또 용지 내 시설을 바꾸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변경 승인도 필요하다. 이 같은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사업이 수년간 표류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해당 부지에 문화예술교육이 중심이 되는 아이돌봄센터를 설치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반기 타당성 용역을 거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름 이후 어떤 시설을 설치하면 좋을지 구체적 윤곽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서울시 용역 결과가 나오고 시와 주민, 강남구청 간 협의가 이뤄져야 공사 계획이 세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임대주택 공급계획을 총괄하는 국토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임대주택이 공급돼야 한다는 입장인데 주민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며 “먼저 이해당사자간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