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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36.5]수사권조정, '호가호위' 되돌아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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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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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많은 사건들이 서초동 법조타운으로 모여 듭니다. 365일, 법조타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인간의 체온인 36.5도의 온기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우리는 한 번도 가 본적 없는 길 앞에 섰다. 지난 13일 국회를 통과한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6개월 뒤 시행에 들어간다.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1954년 이래 지난 66년간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는 기관이었다. 하지만 이제 검경의 관계는 ‘협력’으로 두 기관이 동등해지는 길이 열렸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의 주된 과제로 내건 수사권조정안이 시행되면 국민들은 변화를 체감하게 될 것이다.

핵심은 사건이 경찰 단계에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는 대형 참사,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으로 한정된다. 검찰의 직접 수사부서인 반부패부 등도 절반 가까이 축소될 예정이어서 직접 수사는 대거 공수처나 경찰로 넘어가게 됐다. 각종 거대 범죄에 대처해 많은 성과를 냈던 검찰이 어쩌다 수사권에 기소권 일부마저 빼앗기는 신세가 됐을까?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게 된 데는 역사적 특수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제강점기 경찰은 독립투사나 국민을 사찰하고 수사하는데 앞장섰다. 무자비한 통치 방식은 민초들의 불만을 극대화 시켰고 때문에 광복이후 정부는 일본의 사법과 치안제도를 상당수 받아들이면서도 유독 경찰에 대해서는 감독과 견제 장치를 강화했다.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만 했고 독립적인 수사를 할 수 없도록 법안을 마련했다. 검찰은 광범위한 직접 수사 기능과 함께 경찰의 모든 수사를 지휘했고 인권보호를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평가받았다. 이것이 대륙법과 영미법의 영향을 고루 받은 우리나라가 검찰에 있어서만큼은 다른 방식으로 발전하게 된 이유다.

하지만 검찰은 이후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았다. 정권의 시녀란 비판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급기야 2020년의 대한민국은 강력한 검찰권을 축소하는 개혁안을 선택하면서 큰 변화를 맞게 됐다.

물론 개혁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비대화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사실상 폐지되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와 통제 기능이 약화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인권이 위협받을 때 예방할 수 있는 감독기능이 그만큼 사라진 셈이라는 것이다. 보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버닝썬 사건과 이춘재 사건을 본 국민은 정부의 결정에 시원한 박수를 아직은 보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수사권 조정은 사법체제의 근간을 바꾸는 중요한 변화이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기본권의 변화를 전제로 하기에 매우 밀도 있는 연구와 분석을 거쳐 이뤄져야 함에도 여야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채 국회를 통과하고 국민적 공감대마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낯선 것에는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시행 과정에서 잘못이 발견되면 이를 개선하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춘추전국 시대에 만들어진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표현을 떠올려본다. 어느 날 호랑이를 만난 여우가 잡아먹힐 신세가 되자 꾀를 낸다. 자신은 하늘의 명을 받고 내려온 사신으로 백수의 제왕에 임명되었으니 해(害)하면 안 된다고 말이다.

의심하는 호랑이에게 여우는 자신을 따라오면 사실인지 알게 될 것이라 말한다. 당당한 기세에 눌린 호랑이가 여우 뒤를 따라가는데 과연 동물들은 겁에 질려 달아났다. 실제 짐승들은 호랑이가 두려워 달아난 것이었는데도 말이다.

행여 검찰이나 경찰은 자신들이 호랑이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리는 여우는 아닌지 깊이 돌아봤으면 한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정말 제대로, 올바르게 사용하는 능력 있는 집단이 돼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또한 여우 뒤에 선 진짜 백수의 제왕, 호랑이는 ‘국민’의 다른 이름이며 자신들에게 권력을 준 이도 ‘국민’임을 절대 잊지 않길 바란다.
배성준 부장(법조팀장) / 사진제공=배성준
배성준 부장(법조팀장) / 사진제공=배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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