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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권리'냐, '범죄자 인권'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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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가영 기자
  • 2020.01.1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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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범죄자①]범죄자 인권, 어디까지 지켜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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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가린 피의자들의 모습. 왼쪽부터 모텔 방화범 김모씨, '제주 전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부모 살해 후 시신 유기한 김다운./사진=뉴시스, 뉴스1
지난 주말, '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지난 1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여파였다. 이날 방송에서 성폭행 전과자 2명이 '신정동 엽기토끼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것. 방송 직후 성범죄자 알림e에는 두 사람의 얼굴, 주소 등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몰렸다.

이용자가 몰려 접속이 지연되면서 용의자들의 신상 정보를 확인하지 못한 이들이 생겨났다. 일부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SNS(사회연결망서비스) 등을 통해 '사진 좀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성범죄자 알림e 캡처해서 유포하면 벌금 맞는다"는 경고글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현행법상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는 개인 확인 용도로만 이용할 수 있다. 관련 신상 정보를 언론이나 인터넷에 유포하면 징역 5년 이하, 벌금 5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된다. 이는 신상 정보 공개에 따른 2차 피해를 줄이고자 만들어진 규정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누리꾼들 사이에선 "우리나라에서 인권 보호를 제일 잘 받고 있는 건 범죄자"라는 탄식이 나왔다.


말 많고 탈 많은 피의자 신상 공개 규정


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의  신상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수원구치소에 수감돼 있어 재심이 이뤄질 때까지는 얼굴 공개가 힘든 상황. 몽타주 옆 사진은 한 언론사가 입수한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이다./사진=뉴스1
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의 신상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수원구치소에 수감돼 있어 재심이 이뤄질 때까지는 얼굴 공개가 힘든 상황. 몽타주 옆 사진은 한 언론사가 입수한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이다./사진=뉴스1

범죄자 인권을 둔 논란은 계속돼왔다. 국민의 알권리와 피의자 인권 중 어느 것을 우선순위에 둬야 할지를 둔 논쟁이 지속한다. 최근엔 흉악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며 범죄자의 인권을 과도하게 보호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피의자 인권 보호 문제는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으로 대두됐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미성년자인 피의자의 신상이 노출되면서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 여기에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2005년 경찰청이 훈령으로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제정해 피의자 보호 규정을 마련하면서 흉악범 얼굴은 가려지게 됐다.

이후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계기로 흉악범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경찰은 관련 법령을 정비, 2010년 4월 신설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강법') 제8조 2를 통해 흉악범의 경우 심의를 거쳐 얼굴과 이름을 공개할 수 있게 했다.

관련 법이 신설돼 시행되고 있지만 흉악범 얼굴 공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특히 신상 공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모호해서다. '특강법' 제8조의 2, 제1항 4호에 의거 '청소년'(만 19세 미만)에 해당해 신상 공개를 피할 수 있는 터라 그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찰이 피의자 동의 없는 사진 촬영이나 얼굴 공개가 불가능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미국·영국 등은 성범죄자 아파트 동·호수까지 공개


미국, 일본, 독일 등의 경우 얼굴 등 신상 공개에 따른 공익이 크다고 판단되면 강력 사건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고 있다.

미국은 정보자유법에 따라 '머그샷'(mugshot·피의자 식별용 사진)을 공개정보로 규정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범죄자의 인권보다 범죄 재발 방지와 국민의 알권리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성범죄자 신상 정보도 해외에선 더욱 자세히 공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범죄자의 실제 거주지를 도로명 건물번호까지만 알리고 있다. 미국은 '메건법', 영국은 '세라법' 등을 통해 성범죄자의 실제 거주지 주소를 아파트 동, 호수까지 공개한다.


"범죄자 인권 타령 그만하라" 분노한 여론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시민들은 안전할 권리, 알권리 보다 범죄자의 인권이 우선시되는 상황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직장인 강슬기씨(29)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유린한 범죄자의 인권을 왜 보호해야 하냐. 피해자와 죄 없는 국민 인권부터 챙겨야 한다"며 분노했다.

또 "범죄자 인권 감싸주는 걸 언제까지 봐야 하냐. 얼굴부터 주소까지 싹 다 공개하라" "흉악범에게 인권이 어디 있냐. 인권 타령 그만하라" 등의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범죄자들의 신상 공개를 확대 및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부작용 없는 정책은 없다. 신상 공개 등 처벌 강화로 범죄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부작용이 생긴다면, 이 부작용을 해소할 대안을 마련하면 된다"며 "지금의 피의자 신상 공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범죄자 인권보다 공공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여론이 거세지자 경찰은 신상 공개 결정이 내려진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는 '머그샷'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무분별한 피의자 신상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행법에 명시된 신상 공개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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