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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노우 손흥민?"…'국뽕'에 집착하는 한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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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진영 인턴기자
  • 2020.01.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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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요 소식 터질 때마다 '외국 반응' 신경쓰는 한국인들…"남 눈치 그만 보자" 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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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서 "외국인을 만나면 물어봐야 할 것"이라는 주제로 떠도는 '국뽕 테스트 사진'. 손흥민,김연아, 뽀로로 등 한국의 대표 컨텐츠들이 담겼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서울 소재의 S대학교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있는 대만 국적의 홍모씨(26)는 최근 불쾌한 일을 겪었다. 한국 친구가 "손흥민을 아느냐"라고 물어 "모른다"라고 답하자 "축구 후진국이니 그럴 만 하다"는 답변이 돌아온 것이다. A씨는 "대만 사람들은 축구를 즐기지 않아 손흥민을 모른다"면서 "한국을 방문하면 한국의 유명인을 모두 알아야 하느냐"라고 항변했다.

애국심과 히로뽕(마약)의 합성어인 '국뽕'은 지나친 '자문화 중심주의'를 비판하는 은어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한국의 XXX를 아느냐" 라는 '국뽕 질문'은 이미 '어글리 코리안'의 대명사가 됐다.

한국인들은 어쩌다 '남 눈치 보는' 사람들이 됐을까.


'손흥민 경기' 끝날 때마다, 사건 터질 때마다 인터넷 점령하는 '국뽕 게시물'


유튜브에서 '외국 반응'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들. /사진 = 유튜브 갈무리
유튜브에서 '외국 반응'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들. /사진 = 유튜브 갈무리

가장 '국뽕' 영상이 많이 올라오는 시점은 축구 경기가 끝난 후다. 영국 프리미어리그(PL)에서 뛰는 손흥민(토트넘핫스퍼)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손흥민 영국 반응' '현지팬 반응'등의 게시물이 커뮤니티와 유튜브를 도배한다. 심지어는 손흥민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중국 반응'과 '일본 반응'까지 수십 건 이상 게시된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어김없이 '외국 반응'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 등의 영상은 줄을 잇는다. 14일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도 "일본에 질린 외국인들이 제주도를 찾고 있다"는 영상이 5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코리안브로스'라는 유튜브 채널은 아예 'BTS' '외국반응한국 문화에 대한 외국인 반응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해당 채널의 구독자는 35만 명에 달한다.

이런 게시물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국내 누리꾼들이 '외국인 반응'을 앞다퉈 클릭하기 때문이다. 조회수에 따라 돈을 지급하는 유튜브나 인기 게시물이 되는 커뮤니티는 자극적인 게시물만이 살아남는다. 직설적으로 "한국인이 세계의 극찬을 받고 있다"며 과장하는 제목을 뽑으면, 해당 게시물은 수십만 건의 조회수와 함께 '베스트 게시물'에 오른다는 의미다.


'국뽕' 접한 외국인들 "한국인들, 그렇게 자신 없나"


2012년 3월 10일 미국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기자의 "싸이를 아느냐"는 질문에 미소짓는 빅토리아 눌런드 당시 국무부 대변인. /사진 = 미국 국무부
2012년 3월 10일 미국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기자의 "싸이를 아느냐"는 질문에 미소짓는 빅토리아 눌런드 당시 국무부 대변인. /사진 = 미국 국무부
외국인들은 입을 모아 "한국인의 '국뽕'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서울 Y대학교에 재학 중인 일본 국적의 A씨(23)는 "한국의 문화·예술 등이 뛰어난 것은 세계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면서도 "굳이 외국인들에게 확인받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성남에 거주 중인 콩고 국적의 S씨(31)는 "지나친 '국뽕'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아 보기가 불편하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한국 '국뽕'을 비하하는 표현인 '구크봉(グクポン)'이라는 표현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2012년에는 미국의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 빅토리아 눌런드 당시 국무부 대변인에게 "싸이와 강남스타일을 아느냐"라는 질문을 한 '국뽕 기자'가 해외 누리꾼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이택광 교수는 "외국인들은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ism·전 인류를 하나의 시민으로 보는 현상)'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아 '국뽕'을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스포츠나 문화적 측면에서의 '국뽕'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현실에서까지 과도한 '국뽕'은 분명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과 중국도 '국뽕 삼매경'…"외국 국뽕 불쾌했다면 한국 국뽕도 그럴 것"



일본의 '국뽕 서적'들. /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일본의 '국뽕 서적'들. /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원조 국뽕'으로 불리는 '중화사상(中華思想)'의 본고장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동북공정(작은 국가를 모두 중국으로 편입시키는 사업)'을 진행할 정도로 '국뽕'에 열심이다. 일본은 '역시 대단한 일본인' 'No.1 친일국가 폴란드' '일본 경제가 세계 최고인 이유' 등 수십 권의 '일뽕(일본 국뽕)' 도서가 베스트셀러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국뽕'의 해결책에 대해 "우리가 중국과 일본의 '국뽕'을 볼 때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로부터도 나타날 수 있다"면서 "지나칠 경우 자문화 우월주의로도 비화될 수 있어 객관적인 태도와 공정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의 것만이 최고다'는 방송 프로그램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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