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건아·브라운에게 쏟아진 인종차별…"한국에서 꺼져"

사진 왼쪽부터 라건아, 브랜든 브라운 선수./사진=뉴스1

귀화 농구 선수 라건아(31·전주 KCC)가 일부 농구팬으로 받은 인종차별 메시지를 공개해 충격을 안긴 가운데 브라운 브랜든 브라운(25·안양 KGC 인삼공사, 미국)도 같은 피해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운은 지난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익명의 누리꾼에게 받은 "한국에서 꺼져", "넌 역겨운 흑인이야", "차에 치여 죽길 바랄게" 등의 혐오 표현이 담긴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라건아를 향한 응원을 남겼다. 브라운은 "스마트폰 뒤에 숨어 강한 척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농구에 전념해야 한다"며 "네 가족과 농구에 대한 사랑을 생각해라. 넌 한국 농구 국가대표로 뛰기 위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최초의 외국인 선수다"라고 전했다.

사진 왼쪽부터 라건아가 지난 14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 인종차별적 메시지와 브랜든 브라운이 16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 메시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앞서 라건아는 지난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보낸 인종차별적 폭언 및 욕설 메시지를 공개했다.

해당 메시지에는 "넌 돈을 충분히 벌어서 쓰레기처럼 경기를 하네, 한국에서 좀 꺼져", "한국팀을 위해서 경기를 한다고? 장난하지 마", "넌 네가 잘나가는 것 같지?" 등의 모욕적인 언행을 비롯해 라건아의 가족과 그의 피부색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인 욕설이 포함돼 있어 충격을 안겼다.

이어 라건아는 "항상 매일 한국인으로부터 이런 메시지를 많이 받는다"며 "대게는 이런 메시지를 그저 차단하고 말지만, 난 이곳에서 매일 이런 문제를 겪어나가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별다른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예정으로 보인다. KCC 관계자는 "본인 스스로가 법적 조치를 할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며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메시지를 공개한 것 같다"고 전했다.

라건아는 2012년 대학 졸업 후 바로 한국으로 건너와 KBL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활약해왔다. 2017년 1월 한국 귀화 의지를 드러내, 체육 분야 우수 인재 자격 특별 귀화를 통해 2018년 1월 한국 국적을 취득해왔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으며, 2017~2018시즌 인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고 국내 프로농구 무대에 데뷔해 전주 KCC, KGC인삼공사를 거쳐 세 시즌째 한국에서 활약하고 있다.

브라운도 2017년부터 올해까지 햇수로 4년째 한국에서 뛰고 있는 미국인 선수로, 비교적 작은 신장(194㎝)을 가졌지만 215㎝에 달하는 긴 윙스팬과 점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