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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등급은 용접이나" 학벌사회의 맨얼굴…주예지만 잘못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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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해람 기자
  • 2020.01.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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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쉬쉬하던' 학벌주의·노동혐오, 현실엔 이미 만연…"우리 사회 근본적 성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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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예지 강사./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7등급은 지이잉~ 용접 배워서 호주 가야 돼."

한 스타 수학 강사의 발언이 사회의 공분을 불렀다. 수학 강사 주예지씨(27)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수험생들의 고민상담을 하다가 "수학 가형 7등급은 나형 1등급 실력과 같다"는 한 댓글에 "가형 7등급이 나형 1등급 안 된다"며 "7등급은 공부 안 한 거다. 그렇게 할 거면 용접 배워서 호주 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씨의 발언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주씨는 사과 영상을 올려 "어떤 변명의 여지 없이 정말 사과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사과했다. 그런데 이같은 발언이 꼭 주씨만의 잘못이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벌주의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며, 단순히 개인을 과도하게 비난하기보단 사회적 반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평오' 'X반고'…한국은 이미 숨쉴 틈 없는 학벌사회


한국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학벌사회'다. 대학 서열은 이른바 'SKY' 대학을 정점으로 촘촘히 짜여 있다. 오호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의 '대학서열화와 대학교육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03년까지 10년간 4년제 대학의 합격 커트라인 점수 서열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대학 서열은 오래 전부터 고착화됐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경쟁이 심해지며 '능력에 따른 차등'은 당연시됐다. 2018년 한국리서치의 '한국사회 공정성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66%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보수의 차이가 클수록 좋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능력이 좋으면 보상도 정당하다'는 능력주의는 '능력에 따른 불평등은 정당하다'는 쪽으로 악용되기 시작했다.

사진=한국리서치 '한국사회 공정성 인식조사 보고서'
사진=한국리서치 '한국사회 공정성 인식조사 보고서'

이 문제는 특히 '학력'과 '시험'에서 강하게 드러났다. 박권일 사회비평가는 "한국 사회에서 시험 성적은 '한 사람의 능력을 측정하는 절대적 장치'로 제도화됐다"며 "수능 성적으로 학벌 피라미드를 세우고, 이른바 '학벌 훌리건'까지 등장할 만큼 학벌을 절대적 가치로 여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저학력자를 향한 혐오는 점점 커졌다. '지잡대(지방 잡 대학)'는 이미 옛말이다. 최근에는 '국평오(국민 평균은 5등급)'나 '지균충(지역균형선발전형 입학 학생을 벌레로 비유하는 말)' 등의 혐오 발언이 유행처럼 번졌다. 일반고 학생들 사이에선 자신의 학교를 남성 성기 은어에 빗대 'X반고'라며 자조하는 현상도 나타났다.(연관기사: '일반고는 X반고'…고교 서열 자조하는 학생들)



쉬쉬하던 '참혹한 진실'…"우리 사회 근본적으로 돌아보자"


능력에 따른 불평등이 정당화됐지만, 사실 학력엔 개인의 노력보다 '배경'이 더 많이 작용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는 학생 1인당 사교육비로 월평균 50만5000원을 썼다. 월평균 소득 200만원 미만인 가구는 9만9000원을 썼다. 능력을 발휘할 기회 자체가 불평등하게 배분되는 셈이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연구팀의 '대학진학에서의 계층격차: 가족소득의 역할'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진학률은 저소득층이 39%, 중간층 57.5%, 고소득층 70.5%로 차이가 났다. 성적이 똑같이 상위권이더라도 고소득층은 90.8%가 4년제 대학에 갔지만 저소득층은 75.6%에 그쳤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주씨의 발언에 대한 비난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를 돌아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 사회비평가는 "주씨의 발언에 대해 '용접공이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는지 아느냐'는 비난이 나왔지만, 이는 결국 주씨의 차별적 인식과 본질적으로 똑같은 인식"이라며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얘기하진 않지만 '서열'을 믿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도 "(주씨는) 다들 쉬쉬해 오던 진실을 말해 공적이 돼버린 것이다. 우리가 마주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현실과 추한 욕망을 꺼냈기 때문"이라며 "그런 얘기를 직접 꺼내는 것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기에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현실은 이미 완전히 어긋나 있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이어 "사회 구조적 차원에서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며 "'어떤 사회가 좋은 사회인가'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할 때,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사회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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