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꿈 ‘종신 통치’, 신인 총리로 한발짝 더

러시아 모스코바 시내에 있는 건물 외벽 스크린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관련 뉴스가 떠있다/사진=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사임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후임으로 미하일 미슈스틴 국세청장을 임명했다. ‘대통령 3연임 금지’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이 2024년 임기만료를 앞두고,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 신임 총리로 취임한 미슈스틴 전 청장은 정치 무대에서 본 적 없는 ‘무명’에 가깝다. 푸틴은 그를 왜 자신의 ‘종신 통치’라는 원대한 꿈을 이뤄줄 적임자로 본 걸까.미슈스틴은 누구인가
미슈스틴은 2010년부터 러시아 연방 국세청장으로 일했다. 그는 복잡한 세금체계와 부서 운영방식을 성공적으로 현대화시켜 ‘미래의 세무인’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국영 방송 로씨야TV는 “그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세금시스템을 창조한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적 직책을 맡아본 적은 없다.


이 무명 관료와 푸틴의 연결점은 아이스하키. 미국 정치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미슈스틴이 아이스하키를 정기적으로 즐기고, 이 점이 스포츠광인 푸틴 대통령과 겹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CSKA 하키클럽의 멤버인데, 여기엔 이고르 세친 국영 에너지사 로스네프트 회장 등 거물 재계인사와 정치인들이 가입돼있다. 클럽 활동이 미슈스틴의 정계 연결고리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푸틴이 그를 택한 이유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연방의회에서 취임 연설하는 미하일 미슈스틴 신임 총리/사진=로이터

푸틴은 미슈스틴에게 정치적 기반이 없다는 점을 가장 눈여겨 봤을 것으로 보인다. 즉, 미슈스틴이 자신의 권력 기반과 정치적 야망을 키우는 데 골몰하는 다른 엘리트 관료들과는 다를 거란 기대가 깔렸다는 것이다.

FP는 푸틴 대통령이 미슈스틴을 자신이 원하는 경제 발전 방향을 충실히 실현하고, 한눈팔지 않을 인물로 봤으리라고 분석했다. 푸틴은 지난 20년 임기 동안의 경제적 실패를 만회해야만 한다. 지난해 7월 기준 러시아 내 절대빈곤 인구는 전 국민의 14.3%를 차지했다. 작년 8월 수도 모스크바에선 반정부 시위가 대대적으로 일기도 했다.

푸틴이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2024년까지 빈곤율을 6.6%까지 낮추겠다”고 했으나 현 추세로 보면 달성 확률은 극히 낮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러시아 경제성장률이 1.2%, 1%까지 떨어질 걸로 예측했다.
미슈스틴이 이뤄줄 푸틴의 꿈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신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사진=로이터

푸틴은 미슈스틴이 경제를 살려 국정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자신이 퇴임 후 걸을 길을 잘 닦아주길 바란다. FP는 러시아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슈스틴이 그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 정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고 사회경제적 불만을 가라앉힐 적격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카네기 모스크바센터 선임연구원은 “미슈스틴은 러시아 정치경제 시스템을 디지털화·현대화할 능력이 있고, 이는 푸틴이 그에게 의지할 수 있는 부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러시아 국영 방송이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 지지도는 68%까지 떨어졌다. 작년 대통령 선거에서 푸틴이 득표율 77%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것에 비하면 그의 인기는 떨어지고 있다. 다만 언론 통제가 강한 러시아 분위기를 볼 때 실제로는 68%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