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정산제 재건축·재개발 사업, 상가조합원들이 유의할 점

머니투데이

중기&창업팀 허남이 기자

정비사업에서 종래 아파트 조합원들과 상가 조합원들 간의 분쟁은 아파트 조합원들의 주거의 질적 수준 향상이나 자산가치 증대를, 상가 조합원들의 미래수입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상황에서 용적률 인센티브에 차등이 있는 등 이해관계가 상충하기 때문이었다.

원호경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센트로

이에 최근 ‘독립정산제’(독립채산제) 방식에 따라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구역이 늘어나고 있다. ‘독립정산제’란 상가조합원들과 아파트 조합원들의 이해관계 및 주된 관심사항이 크게 다른 상황에서, ① 아파트와 상가를 분리하여 개발이익과 비용을 별도로 정산하고 ② 상가조합원들로 구성된 별도의 기구(보통 ‘상가협의회’ 라고 함)가 상가에 관한 관리처분계획안의 내용을 자율적으로 마련하는 것을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조합과 상가협의회 사이에서 합의하여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독립정산제 방식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는 정비구역에서도 상가와 아파트 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분쟁 원인과 대책에 대한 필자의 의견은 다음 기회에 기술하도록 하고, 아래에서는 상가조합원들이 독립정산제 방식의 사업 절차에서 특별히 유의해야 할 점 몇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아파트 및 상가조합원 간 독립정산제 사업 진행 절차

독립정산제 정비사업은 일반적으로 ① 조합과 상가협의회 간 독립정산제 약정 및 공증 ② 조합 총회에서 해당 독립정산제 약정 내용의 의결 ③ 상가조합원의 대표 상가협의회 구성 ④ 대표 상가협의회 총회를 통한 상가 정비계획사업계획안 마련 ⑤ 상가총회 결의내용을 조합 총회에서 의결하는 절차를 거쳐 ⑤ 행정청 신청 및 인가 등을 통한 정비사업에의 반영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상가 조합원들이 유의할 점

상가 조합원들은 사업 초기 단계부터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첫째, 상가협의회는 조합과 독립정산제 약정을 할 때, 반드시 조합이 독립정산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관에 명시’하도록 정관개정 의무를 포함하여 그 내용을 공증하여야 한다. 대법원도 독립정산제에 관한 총회의 결의가 있으면 내부적으로 조합을 구속하는 효력을 가지기는 하나 원칙적으로는 정관에 규정되어야 하는 사항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둘째, 상가협의회의 운영규정을 꼼꼼히 살펴서 도시정비법령이나 조합 정관과 부합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확인하여야 한다. 운영규정이 상가협의회 임원 등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거나, 도시정비법령에서 가중된 의결요건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영규정에서는 완화된 의결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사항은 없는지 규정의 각 조항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상가위원회 총회 의결 과정에서 어떤 안건이 충분한 사전 안내나 통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통과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해당 내용이 아무리 부당하고 법령에 위배되더라도, 자치규정인 운영규정에 부합하는 경우에는 향후 이를 재판상·재판외에서 위법성을 다투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셋째,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 분양신청을 할 경우에 상가 조합원의 종전자산 평가를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독립정산제 약정 내용에 반드시 포함하여야 한다. 상가조합원들은 스스로의 자산가치가 정비사업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독립정산제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를 신청하는 경우, 해당 내용은 아파트 조합원들의 재산권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되고, 결과적으로 절대 다수인 아파트 조합원들의 총회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가조합원들의 자산의 평가조건이 결정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독립정산제 결의 시점에서 대지권 비율이 높은 상가조합원들의 자산가치가 아파트 신청시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평가기준을 사전에 협의하여 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상가가 조합으로부터 사업제경비를 대여하여 사용하는 것에 문제가 없도록 근거 규정을 명확히 해 두어야 한다. 독립정산제의 경우에도 상가사업비의 경우에는 조합으로부터 차용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해당 비용의 차용을 위해서는 상가총회와 조합의 사전협의 및 승인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경우, 상가와 조합 간 분쟁이 발생하여 상가가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조합과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우에는 조합에서 관련 비용을 대여해 주기를 꺼리기 때문에 상가조합원들이 실질적인 권리행사를 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상가조합원들에 대한 조합의 자금 대여 의무를 명시하여, 필요한 경우 자금을 확보하여 권리행사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두어야 한다.

독립정산제는 최근 대법원 판시에 따라 다양한 정비사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방식이나, 아직 세부적인 판례가 확립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많다. 따라서 상가 조합원들은 사업 초기 단계부터 위와 같은 사항을 유의하며 조합과 협의를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도움글 법무법인 센트로 원호경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