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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박정희와 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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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20.01.21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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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현대사에서 박정희 대통령만큼 논란의 대상이고 업적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 없을 것이다. 흔히 박 대통령의 정치는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그가 한국 경제 성장의 기틀을 닦았다는 것은 인정한다. 물론 진보진영에선 그에도 인색하다.
 
그런데 성균관대 서중석 교수의 ‘현대사 이야기’ 제8권을 읽으면서 흥미 있는 대목을 발견했다. 서 교수는 민중사관 쪽 민족주의 성향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권위 있는 학자 중 한 사람이다. 이 책은 경제성장을 박 대통령의 공로로 보는 것은 ‘위험한 착각’이라고 해설하며 오히려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아산)이 경제성장에 결정적 공로를 세웠다고 본다.
 
단순히 박 대통령을 부정평가하는 맥락이 아니다. 이 책은 오일쇼크 후 세계 경제가 휘청거릴 때 한국 경제는 오히려 부를 축적한 중동에 진출해 큰 전기를 마련했고 그 대목에서 아산과 현대의 활약이 두드러졌으며 그후 이어진 중화학공업 투자도 중동에서 축적한 자본과 역량이 기초가 됐다고 본다. 서 교수는 “정주영의 이때 업적이라는 건 두고두고 한국인들이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까지 했다.
 
정작 아산은 박 대통령을 높이 평가했다. “비록 군사 쿠데타로 집권했다는 지울 수 없는 약점이 있기는 했지만 박 대통령의 국가발전에 대한 열정적인 집념과 소신, 총명함과 철저한 실행력을 존경했다”고 회고록에 나온다.

그러나 아산은 박 대통령이 유신체제를 도입한 후엔 다소 부정적으로 돌아선 듯하다. 아산재단 정몽준 이사장의 책에는 그 당시 아산이 “국민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나는 독재의 도구 노릇이나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나라 꼴이 이게 뭐냐”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적이 있다고 적혀 있다.
 
그렇긴 했어도 아산은 만년에 박 대통령에게 후한 평가를 내렸다. “긍정적인 사고와 목적의식이 뚜렷했던 것, 소신을 갖고 결행하는 강력한 실천력”이 서로 같았으며 “공통점이 많은 만큼 서로 인정하고 신뢰하면서 나라 발전에 대해 같은 공감대로 함께 공유한 시간도 꽤 많았던” 뛰어난 지도자였다고 한다.
 
두 사람은 특히 경부고속도로를 같이 건설하면서 깊이 있는 파트너십을 형성했다. 세계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도 포항제철의 성공을 위해 박 대통령이 아산을 채근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 출범했다. 결국 두 인물이 같이 경제발전에 공로를 세운 것이다.
 
박정희-정주영 같은 정부와 재계의 파트너십이 지금은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 맞는 상호 이해와 동행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그 입장을 견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에 친환경 전기차와 수소트럭을 수출하는 현대·기아차를 첫 현장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정부가 기업과 기업활동을 촘촘한 규제대상, 잠재적 적폐로 여기는 분위기가 계속되는 것 같다.
 
이제 총선을 앞두고 정치의 계절이 온다. 경제는 일단 뒷전일 가능성이 높고 복지 논의가 전면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여야 공히 경제를 우선하겠다고 할 것인 만큼 선거가 끝나면 생산과 성장의 동력을 되살리는 작업에 함께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사회는 기업 관련 사법현안들은 법원에 맡기고 준법과 사회 기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기업과 기업인들은 이제 적극 격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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