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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맛있는 사과를 얻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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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 2020.01.2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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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사과를 수확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빛깔 좋은 사과에 농약을 치고 키워 당도 높은 사과를 얻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좋은 종자나무를 심고 튼실하게 키워 맛좋은 사과를 얻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은 올해 당장 맛있는 사과를 수확할 수 있지만 내년을 기약하기 어렵다. 두 번째 방법은 올해 당장 맛있는 사과를 얻기 어렵지만 사과나무가 자라고 나면 매년 맛있는 사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야기를 단순화했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일처럼 보이고 당연한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이 간단한 이야기가 현실에서는 잘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사진=국가과학기술연구회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사진=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는 우리 과학기술계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1960년대 세계 최빈국이었던 나라가 세계 경제 10위권 강국으로 급속 성장하는 데는 과학기술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선진국의 과학기술을 빠르게 따라잡으려다보니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즉, 맛있는 사과를 빨리 수확하는 데 치중했고 사과를 맺을 토양과 나무에는 깊이 신경 쓰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가 작년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우리의 취약점이 드러났다. 세계 1위 반도체 강국의 면모를 자부했지만 그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았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 과학기술 연구에 있어서 기반이 되는 과학기술과 인프라는 선진국의 것을 이용하고 그 끝단에 우리 기술을 쌓아올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R&D(연구·개발)에 있어 국제협력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것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경쟁력을 갖춘 상태에서 필요에 의해 협력하느냐, 어쩔 수 없이 힘을 빌리느냐는 큰 차이가 있다.

과학기술을 사과나무 이야기에 비유하자면 연구제도와 환경은 나무가 자랄 토양이라 할 수 있고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은 나무의 뿌리라 할 수 있다. 나무의 뿌리가 깊고 튼튼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비옥한 토양이 갖춰져야 하듯 좋은 연구제도와 환경이 갖춰져야 뿌리와 줄기가 튼튼히 자라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연구자가 연구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연구환경과 장기적으로 꾸준히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는 제도가 갖춰져야 더 좋은 연구결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또 첨단 과학기술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기초과학 경쟁력과 원천기술 확보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기초과학이 튼튼히 자리 잡고 원천기술로 뿌리를 뻗어나가야 이를 응용한 기술이 나오고 그 기술들이 산업계로 이어져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 과학기술 강국 중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경쟁력이 부실한 나라는 없다는 것이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지난 16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있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0년 업무보고’에서 과기정통부는 과학기술 강국 실현을 위한 3대 전략을 내놓았다. 그 중 첫 번째 전략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기초가 튼튼한 과학기술 강국’인 것은 우리 과학기술계에 반가운 일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도 연구자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할 수 있는 연구환경과 모험적인 연구에 도전하는 연구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장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도전의 과정에서 얻어진 경험은 우리 과학기술의 토양과 뿌리를 단단히 하고 새로운 꽃을 피우는 자양분이 되는 것이다. 1960년대 ‘과기입국(科技立國)’이라는 목표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웠듯이, 2020년의 우리도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토양을 가꾸고 뿌리를 다져 과학기술을 바로 세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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