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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도련님'인데, 왜 난 '형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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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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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25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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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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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6년 차인 양민지씨(가명)는 남편 남동생에게 불만이 많다. 양씨는 꼬박꼬박 '도련님'이라고 부르지만, 남편 남동생은 양씨에게 '형수'라고 해서다. 양씨는 "나보다 나이가 3살이나 어리다. 그런데도 날 부를 때 한 번도 '님'자를 붙인 적 없다"고 하소연했다.

불평등한 가족 호칭이 스트레스다. 명절이 되면 가족, 친지들이 모이면서 호칭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시댁' '서방님' 등 유독 남편의 가족 구성원만 높여 부르는 관행이 불평등하다는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남편 가족엔 형님·서방님, 아내 가족엔 처형·처남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최근 시민 11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명절에 성차별적인 언어를 들은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응답자 83.2%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다소 불평등하게 느껴지는 가족 간 호칭은 명절에 경험하게 되는 성차별적 언어 중 하나다. 남편 쪽 가족은 '시댁'(媤宅)이라 높이지만, 아내 쪽 가족은 '처가'(妻家)라고 낮춰 부르는 게 대표적인 예다.

남편의 부모님은 '아버님' '어머님'이지만 아내의 부모님은 '장인' '장모'다. 남편 형의 부인은 '형님'이라 부르지만 아내 오빠의 부인은 '아주머니'로 불리기도 한다.

여성이 남편 가족 구성원을 부르는 호칭에 '님'자가 붙거나 존대의 의미가 담긴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남성이 아내 가족들을 부르는 호칭엔 존대의 의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남편의 형은 아주버님, 누나는 형님, 기혼 남동생은 서방님, 미혼 남동생은 도련님, 여동생은 아가씨라고 칭한다. 반면 남편은 아내의 오빠를 형님, 언니를 처형, 남동생을 처남, 여동생을 처제라고 부른다. 아내의 오빠를 제외하곤 '님'자가 붙지 않는다.

여성 가족들의 호칭에 '존대'의 의미가 없다보니 호칭에 '님'자가 붙어도 떼고 부르기 일쑤다. 한 누리꾼(dbgl****)은 "'도련님'이라고 부르면 당연히 '형수님'이라고 상호존대하겠거니 했는데 몇 년째 '형수'라고 한다"라며 "이걸 옆에서 듣고도 신경 안 쓰는 남편도 밉다. 시댁만 다녀오면 앙금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내 서방도 아닌데, 무슨 '서방님'?"


"넌 '도련님'인데, 왜 난 '형수'야?"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면서 구시대적 가족 호칭을 쓰지 않겠다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올해 4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김모씨(28)는 "남자친구 동생이 1년 전 결혼했는데, '서방님'이란 호칭이 영 껄끄럽게 느껴졌다. 남자친구와 시가 어른들께도 '서방님' 소리는 못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OO씨'라고 이름을 부르고 있다"라며 "남자친구 부모님께서 '그래, 네 서방도 아닌데 무슨 서방님이냐'라며 이해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이 깊게 박힌 호칭을 사용하도록 강요받기도 한다. 직장인 이모씨(30)는 "성차별적인 호칭인 걸 알고 있지만 시가 어른들 앞에선 '아가씨', '도련님' 등 호칭을 써야 한다. 남편 어머님이 호칭 정리를 해주시겠다며, 저렇게 부르라고 하셔서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처남·처제처럼 부남·부제라고 부르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성차별적 호칭을 평등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대안도 나오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1월28일부터 2월22일까지 국민참여 플랫폼인 '국민생각함'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편의 동생만 높여 부르는 문제에 대해 98%가 '문제 있다'고 답했다.

'도련님·서방님·아가씨'라는 호칭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조사에서는 여성 응답자의 60.7%는 '부남·부제'를 꼽았다. 이는 '처남·처제'에 대응하는 표현이다. '○○씨', '동생' 등으로 부르자는 의견도 나왔다.

여가부는 지난해 추석 명절에 이어 이번에도 가족 간 평등한 언어 사용을 확산하고 가족 간의 소통을 위해 현실을 반영한 가족 호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언어 예절 캠페인을 추진한다. 배우자의 부모의 경우 기존 '장인·장모' 대신 '아버님·아버지' 또는 '어머님·어머니'로, 배우자의 손아래 동기는 '이름(+씨)'으로, 자녀의 조부모는 '할아버지·할머니' 등으로 바꿔 부르는 식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가치관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음에도 가족 호칭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구성원 간의 소통을 저해한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면서 "성별과 세대를 넘어 가족 구성원이 서로 동등하게 존중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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